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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비행기 객실 승무원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 1912년 3월부터 비행선에서 근무한 독일인 하인리히 쿠비스다. 1937년 5월 사상 최대 규모의 비행선인 힌덴부르크호 화재 추락 사고 당시 쿠비스는 마지막까지 남아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자신도 무사히 탈출하기도 했다. 여자 승무원 효시는 1930년 5월부터 미국 보잉에어트랜스포트(유나이티드 항공 전신)에서 근무한 엘런 처치 등 7명의 간호사다. 승객의 비행공포증을 달래주면서 수하물을 나르고 연료를 넣는 일도 맡았다.

단정한 태도에 상냥한 미소, 훤칠한 키에 산뜻한 복장. 스튜어디스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래서 단순 도우미로 생각하기 쉽지만 스튜어디스는 엄격한 선발 절차를 거친 전문직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투철한 봉사심이 있어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객실 내 안전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승무원들은 엄청 고되게 일한다. 그러나 여승무원들은 철저한 ‘을’로 인식되는가 하면 성적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설문조사에서 셋 중 한 명꼴로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이들에 대한 성희롱은 심각한 수준이며, 승무원 복장의 여성들이 시중을 드는 ‘승무원 바’가 생기는 등 성 상품화도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국내 업계 최초로 남녀 객실 승무원을 각각 ‘스튜어드(Steward·SD)’와 ‘스튜어디스(Stewardess·SS)’로 구분하던 명칭을 없애기로 했다. 다음 달 1일부터 객실 승무원 명칭은 ‘플라이트 어텐던트(Flight Attendant·FA)’로 통합된다. 대한항공 측은 “사원-대리-과장-차장 순으로 이어지는 다른 직종의 직급 체계와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남녀 구분 호칭에 따른 성차별적 요소를 없애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스튜어디스라는 용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피하기 위해 이미 2000년대 들어 플라이트 어텐던트와 캐빈 크루(Cabin Crew)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캐빈 어텐던트(Cabin Attendant)라는 명칭을 즐겨 쓴다. 이번 명칭 변경이 여승무원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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