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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야구공의 역사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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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31 22:48:39 수정 : 2022-10-31 22: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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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월드시리즈 열기로 뜨겁고, KBO리그도 한국시리즈에 돌입했다. 이렇게 한 시즌이 끝나갈 때가 되면 야구팬으로서 올해는 야구에 어떤 재미있는 화제들이 있었나 돌아보게 된다. 국내외 모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MLB 뉴욕 양키스 ‘청정 홈런왕’ 에런 저지의 놀라운 활약이었다.

저지는 올해 무려 62개의 홈런을 날려 1961년 로저 매리스가 세웠던 아메리칸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저지의 기록은 내셔널리그까지 합친 MLB 전체 최다 홈런 신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저지보다 많은 홈런을 친 선수들이 모두 금지약물의 힘을 빌린 것으로 의심받고 있어 저지가 약물의 도움 없이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선수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그래서인지 저지의 홈런 신기록이 다가오자 수많은 팬이 열광했다. 특히 신기록 홈런 공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3년 이승엽이 당시 아시아 신기록이었던 시즌 56호 홈런을 남겨뒀을 때 전국 야구장 외야석에 잠자리채가 넘쳐나고, 이승엽을 고의사구로 내보냈더니 상대 팀이었던 홈팀 관중이 오히려 더 흥분해 경기가 중단됐던 일 등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실제로 홈구장 양키스구장의 티켓값이 시즌 초반보다 2배 이상 올랐고, 특히 2차 판매 시장에서는 저지의 홈런타구가 자주 떨어지는 왼쪽 외야석의 가격이 무려 2942달러(약 409만6000원)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저지의 62홈런 공의 가격이 250만달러(약 35억9000만원)나 될 것이라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MLB의 기념비적인 홈런볼은 비싼 가격에 경매에 나온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70호 홈런 공은 이듬해 경매에서 305만달러에 낙찰됐다. 당시 기준 환율로는 34억7000만원이었고, 이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현 시세로 따져보면 58억원에 달한다. 이러니 티켓값이 치솟았다고 해도 엄청난 기대수익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그리 비싸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실제 경기에 쓰이는 공인구의 소비자가격은 제조업체의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것을 기준으로 1구에 2만원이다. 대량 구매하는 프로야구 구단들은 이보다는 훨씬 싼 값에 들여온다. 그래도 한 경기당 공인구에 드는 비용만 500만원 이상이다. 그런데 이런 2만원짜리 공 하나에 역사적 의미가 더해지면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경매 전문가들은 이승엽의 56호 홈런 공이나 통산 400호 홈런 공의 가격은 최소 2억원에서 최대 1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실제 역사적인 공이 거액에 거래되면서 그 가치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의미가 담긴 야구공이 거액에 거래됐다는 얘기를 들을 수 없다. 아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공개된 시장이 없어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탓일 수도 있다. 우리도 이승엽이나 이대호의 기념비적인 홈런볼이 거액에 판매됐다는 소식이 당당하게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자체가 프로야구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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