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그제 한국시리즈 승부는 가을야구 역사에 남을 접전이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키움 히어로즈 선수 가운데 ‘야생마’로 불리는 야시엘 푸이그도 있었다. 과거 그를 향한 세간의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최악 인성” “팀에서 암적인 존재” “골치 덩어리”라는 악명을 떨쳤다. 더러 “인성이 나쁜 친구가 아닌데 오해받는 측면이 있다”고 감싸기도 했다. LA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류현진은 “순수한 선수”라고 두둔했다.

푸이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가기 위해 쿠바에서 7차례나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했다. 실패할 때마다 경기 출전 정지는 물론 옥살이가 기본이었다. 나중에 알려진 일이지만 그가 미국 땅을 밟기까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 카르텔은 푸이그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자 그의 연봉을 갈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목숨을 위협했다. 얼마전 푸이그의 에이전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푸이그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천방지축 그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단초다.

누구에게나 떠올리기 싫은 고통스런 과거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 해도 각종 사고와 재난 등을 목격하고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대부분 불면이나 악몽에 시달리고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PTSD의 대표 증상이다. 이태원 참사를 겪은 유가족은 물론 사고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 들어갔을 것이다. 지켜본 국민들도 ‘이태원 블루(blue·우울감)’에 시달린다.

사고를 경고하는 112 신고가 빗발쳤는데도 경찰이 늑장 대응한 사실까지 드러난 마당이다. 혼돈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누구를 믿고 거리를 활보해야 할지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여기에 슬픔마저 짓밟는 조롱과 혐오,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오죽했으면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성명을 내고 과도한 뉴스 노출을 피할 것을 권고했을까 싶다. 정부가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이태원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했다. 참사의 슬픔과 우울감이 우리 삶 자체를 무너뜨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 아비규환의 상처를 없애는 데 공동체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박병진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명 '완벽한 미모'
  • 이주명 '완벽한 미모'
  • 수지 '우아한 매력'
  • 송혜교 '반가운 손인사'
  • 김희애 '동안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