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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한 한국 SF영화 ‘승리호’는 청소선을 타고 우주 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2029년 황폐해진 지구에서 생존이 힘들어진 사람들은 우주궤도에 새로운 보금자리 UTS를 만든다. 하지만 이곳은 선택받은 사람에게만 허용된다. 주인공들은 승리호를 타고 다니며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며 돈을 번다. 우주 쓰레기를 주제로 한 ‘승리호’가 상상이 아니라 조만간 닥칠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경고다.

지구궤도를 도는 각종 물체 가운데 쓸모가 없어진 것을 우주 쓰레기(Space debris)라고 한다. 로켓에서 분리된 부스터, 수명이 끝난 인공위성, 페인트 조각 등 종류도 다양하다. 1957년 10월4일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되기 전까지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는 달 하나뿐이었다. 인류의 우주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북미 방공군 전투사령부의 스페이스트랙이 정리한 우주 쓰레기 생산국가 순위에 따르면 1위는 러시아(1만4403개), 2위는 미국(8734개), 3위는 중국(4688개)이다. 지난 6월 누리호(KSLV-Ⅱ)의 궤도 진입 성공으로 우리나라도 세계 11번째 자력 우주로켓 발사국이자 우주 쓰레기 생산국이 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는 1978년 논문에서 지구궤도상에서 우주 쓰레기 숫자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파편이 인공위성이나 다른 파편과 연쇄적으로 부딪쳐 기하급수적으로 수가 늘어나고, 지구궤도 전체를 뒤덮는다고 경고했다. 이른바 ‘케슬러 증후군’이다. 소형화 기술에 힘입어 해마다 발사되는 위성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8000개 가까운 위성이 지구궤도에서 운용 중인데 10년 내에 4만개가량의 위성이 발사된다고 한다.

우주 쓰레기는 우주와 지구에도 위협이다. 지난달엔 나사가 우주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회피기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매년 300개 이상의 우주물체도 지구로 떨어지고 있다. 어제도 무게 21t, 길이 31m, 직경 5m로 추정되는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 5B호’ 잔해물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지구촌이 긴장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우주개발이 외려 인류를 위협하는 희한한 세상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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