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뒤늦게 묘목 특허 등록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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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품종 개발한 포도가 한국에서 유통되자 일본 현지에서 불편한 반응이 쏟아졌다.
아사히 신문은 7일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도 먹은 고급 포도, 한국에 유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산 포도인 ‘루비로망’의 묘목이 해외로 유출됐다고 전했다.
루비로망은 지난 7월 일본 내 첫 경매에서 한송이에 110만엔(약 1040만원)에 팔린 고급 포도다. 루비로망은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팔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원산지인 일본 이시카와현 당국이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현지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시카와현 측은 서울 시내 백화점과 고급 슈퍼마켓 등 3개 점포에서 루비로망 3송이를 구입한 뒤 국가 연구기관에 DNA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팔리는 루비로망과 이시카와현의 루비로망 유전자형이 일치했다.
이에 아사히는 “생육기간을 고려했을 때, 이미 5년여 전에 묘목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시카와현이 관련 농가에 묘목 관리에 대해 물었지만, (묘목 유출 경로는) 특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루비로망에 대한 품종 등록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한국에 묘목이 유출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제식물신품종보호현맹(UPOV)에 따르면 신품종의 품종 등록은 출시된 지 6년 내 완료해야 하는데, 이시카와현은 이후에도 다른 국가에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아 한국을 상대로는 재배·증식 금지 등의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태다.
루비로망의 한국 유출과 관련한 사안은 지난 9월에도 현지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시카와현이 당시 한국 특허청에 루비로망에 대한 상표 등록을 출원하면서다. 이미 관련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현지 네티즌들의 불편한 지적이 쏟아졌었다.
당시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의 닛테레뉴스 기사에는 “(일본이)고생해서 만든 과일을 훔치지 않길 바란다”는 네티즌(cpp*****)의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네티즌(zne*****)은 “오랜 시간을 들여 품종 개량한 생산자의 노력을 훔쳤다면, 말로 표현하기 불가능할 만큼 저열한 행위”라고 적었다. “일본이 오랜 시간 연구를 거듭해 만든 것을 태연한 얼굴로 가져가다니, (한국은) 부끄럽지 않은가”(gfl*****) 등의 반응이 있었다.
이 밖에도 신품종 등록과 특허 출원에 소홀히 한 이시카와현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국 특허청은 루비로망과 관련한 이시카와현 측의 상표 등록 출원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특허청이 상표 등록을 받아들인다면 ‘루비로망’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한국 농가들은 해당 품종의 포도를 판매하거나 수출할 때 이시카와현에 사용료(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포도로 불리는 루비로망은 알 1개의 무게가 20g 이상으로 매우 크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이시카와현은 1995년부터 2009년까지 14년간 독자적인 기술로 품종을 개발했고, 2012년부터는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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