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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부동산, 연착륙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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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11 22:50:19 수정 : 2022-11-11 22: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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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때나 지금이나 부동산 시장은 참 어려운 숙제다. 물론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본질은 수요와 공급이다. 하지만 수급 상황에 끼어드는 변수가 너무 많다. 금리와 심리가 대표적이다. 금리가 낮을 때 집을 사면, 대출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시중의 유동성도 풍부해서 대출을 받기 쉬워지는 경향도 있다.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낮아지니 수요가 늘고 집값이 오른다. 대출 받기 무서운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는 반대로 수요가 줄고 집값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더 골치 아픈 변수는 심리다. 금리는 부동산 가격과 상관성이 비교적 명확한 편이지만, 심리는 조금 더 복잡한 문제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는 너도나도 집을 사려고 혈안이 된다. ‘지금 못 사면 더 비싸져서 영영 못 사게 되는 거 아니야?’ 하는 불안심리다. 정부가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규제를 더하면, 당장 집을 살 계획이 없던 사람까지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박세준 산업부 기자

반대로 집값이 하락세일 때는 아무도 집을 사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에 집값이 더 떨어진 다음에 사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파는 쪽이 불안해진다. 결국 시세보다 훨씬 낮은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성사되면서 집값은 더 가파르게 떨어진다. 정부가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 앞으로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하락세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부동산 정책의 패러독스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서울과 경기 과천시, 성남시(분당·수정구), 하남시, 광명시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풀고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허용을 조기 시행하는 등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거래절벽이 계속되는 시점에 정부가 시장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심리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두 달 전에는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전 지역의 규제가 풀렸는데 이번에는 수도권까지 해제 영역이 넓어졌다. 조만간 서울도 족쇄를 벗어던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올 만하다. 부동산 거래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지만, 시장에서는 “더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징크스는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시장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 정부가 징크스를 깨려면,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 찔끔찔끔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더 강력한 한 방’을 기다리게 되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끝내놓고, 재건축부담금 개편 등 입법과제가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로 달려가 설득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의 불안심리를 붙잡고 신뢰를 회복하면,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필요도 없다.

부동산이 비행기라면, 정부와 시장은 각각 조종사와 승객이다. 조종간을 올바른 방향에 놔두고 조종사와 승객 모두 한동안은 차분하게 기다리면 된다. 언젠가 금리가 다시 안정되고 경기 둔화가 해소되는 때, 그때가 바로 연착륙 시점이다.


박세준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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