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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전은 한 국가가 전쟁 중인 다른 국가를 위해 병력과 무기 등 군사장비를 포함한 일체의 재정적 지원을 하는 행위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수행된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강대국들이 후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냉전시대 앙골라와 엘살바도르에서 벌인 미·소 대리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이 최초로 패배한 전쟁으로 불리는 베트남전도 여러 나라가 개입해 대리전 양상을 띠었다. 남북한도 참여했다. 1964년부터 9년여 동안 베트남전에 파병된 국군은 대략 32만여명(국방부 추산). 당시 북한은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을 ‘미국 용병’이라고 집요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뒤로는 몰래 전투기, 대공포, 공병부대, 특수전부대 등 상당 규모의 군사자원을 북베트남(월맹)에 쏟아부었다.

특히 북한 공군은 1966년 1월부터 1972년 말까지 1개 비행연대 조종사 60명과 지원 병력 40명을 3∼6개월 단위로 투입, 연인원 1000명 이상 참전했다. 북베트남에 파병된 북한 공군 병력 가운데 여자 조종사도 있었다는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1971년 김일성 주석은 평양을 방문한 재일 한국인들에게 “월맹 하늘은 우리 인민군 조종사가 지키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정작 자신들 파병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6·25전쟁을 치렀던 남북은 그렇게 베트남에서 대리전을 벌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한국 정부가 비밀 거래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할 155㎜ 포탄 10만발을 미국에 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국 국방부는 “탄약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미지원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향후 미국이 포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확인이 어렵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상황 전개를 가늠하기 힘들다. 앞서 미 백악관은 이달 초 북한이 상당한 양의 포탄을 제3국을 거쳐 러시아에 제공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겨울용 군복을 제작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남북이 끼어든 형국이 걱정스럽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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