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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비전에 따라 각 지방 교육청 행정재원을 국가가 지원하기 위해 1972년 도입됐다. 당시 베이비붐 세대 학생들이 초·중등 학교에 넘쳐나 교사나 시설이 그 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60명이 훌쩍 넘는 학생들로 교실은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했다. 교육 투자가 국가 발전의 동력이라는 믿음 아래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부금으로 자동 배정했다. 국가가 걷는 세금이 늘어나면 시·도교육청 예산도 자동 증가하는 구조였다. 세수가 늘면서 교육교부금이 증가해 올해는 81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재정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문제가 됐다. 저출산이 갈수록 심화해 학생 수는 주는데도 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 예산은 넘쳐 났다. 17개 시·도교육청이 기금으로 쌓아놓은 금액만 지난해 말 5조3751억원에 달했다. 교육청이 돈을 쓰라고 재촉하자 일선 학교들은 멀쩡한 교실 바닥을 교체하고, 단체로 잠옷을 구입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10만∼30만원씩 현금을 뿌린 곳도 많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초·중등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141.8%로 높다.

반면 대학은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전국 4년제 사립대 157곳 중 적자를 기록한 대학이 120곳에 달할 정도다. 반값 등록금이 본격화한 2011년 사립대 151곳 중 41곳이 적자였던 것과 비교해 적자 대학이 세 배가량 늘었다. 대학들은 학생실습비, 교수연구비마저 삭감하고 있다. 고등교육 투자가 교육재정의 12.8%에 불과해 이대로라면 삼류 국가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정부가 그제 기존 대학 지원 예산 8조원에다 교육교부금에서 떼어 낸 3조2000억원으로 특별회계를 만들어 대학교육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서울시교육감 등 교육감들이 “정부 방침은 임시방편이자 반교육적 행위”라며 반대했다. 고등교육은 국세로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재정 악화는 염두에 두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남아도는 교육재정을 더 필요한 곳에 가도록 조정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 아닌가.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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