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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500m 길이의 연세로. 2000년대 초 이 곳은 극심한 차량 정체에 수많은 노점상과 가로등이 시민의 보행을 막는 불편한 곳이었다. 2011년 서대문구가 개선 방안 검토에 나선다. 때마침 대구시가 시행 중이던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착안해 서울시에 보행자 중심 도로 전환을 제안한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쇠퇴하는 신촌 상권을 살리는 데 필요하다는 논리로 인근 주민과 상인을 설득했다.

2014년 1월 연세로는 서울의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됐다. 평일에는 버스 등 대중교통만 주행이 가능하고,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 10시까지는 모든 차량이 통제된다. 서울 최초의 ‘차 없는 거리’였다. 그런 연세로가 지난달 9일부터 차 없는 거리에서 해제됐다. 주말에도 버스가 다니고 16인승 이상 승합차, 긴급 차량도 이용할 수 있다. 서대문구는 택시 등 일반 차량도 운행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 지구 해제를 요청했다.

연세로는 주말마다 신촌물총축제, 버스킹 공연 등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는 ‘젊음의 장’이다. 하지만 지역 상인에겐 ‘불만의 장’이었다. 접근성을 떨어뜨려 손님이 줄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지구 지정 명분인 ‘상권 살리기’가 폐지 논리로 등장한 건 아이러니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연세로가 위치한 신촌동의 최근 5년간 상업 점포의 생존율은 32.3%로 서대문구 14개동 가운데 가장 낮았다. 2018∼2019년 상인·주민 2000여명은 차 없는 거리 철폐 서명을 받아 구청에 전달했다.

이번에 학생이 반대하고 나섰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연세로 공동행동’은 구청의 일방적 정책 집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차 없는 거리가 상권 침체로 이어졌다는 논리가 빈약하다고 강변한다. 홍대·연남동 등 주변 상권의 팽창은 차 없는 거리가 아닌 신촌 상권의 경쟁력 저하 탓이라는 것이다. 마포구는 ‘홍대 걷고 싶은 거리 정비 방안’을 통해 차 없는 거리 운영을 주말에서 평일로 확대하고 문화·예술 행사 활성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서대문구와 정반대 행보다. 서울시가 그제 지구 해제를 놓고 토론회를 열었지만 찬반이 팽팽했다. 서울시의 고민도 깊어간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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