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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모로코의 월드컵 4강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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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12 23:35:23 수정 : 2022-12-12 23: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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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나라 모로코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아프리카 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역사를 쓴 것이다. 유럽과 남미가 아닌 지역에서 4강에 오른 건 1930년 1회 대회(우루과이)의 미국,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한국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이전까지 최고 성적이었던 8강에 오른 아프리카 국가는 카메룬, 세네갈, 가나뿐이다. 개최국인 카타르를 비롯해 모든 아랍권 국가가 모로코를 ‘아랍의 자랑’이라고 여기며 열광하고 있다.

모로코가 새 역사를 쓴 가장 큰 동력은 ‘철벽 수비’다. 모로코는 조별 리그부터 8강전까지 5경기를 치르며 5골을 넣는 동안 단 한 골만 내주는 경이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한 골도 자국 수비수의 자책골이다. 간격을 좁히고 유기적으로 착착 움직이는 수비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빗장 수비’를 떠올리게 했다. 골키퍼 야신 부누(세비야)의 역할도 컸다. 그는 매 경기 놀라운 순발력으로 신들린 선방을 했고, 스페인과 16강전 승부차기를 3대0 완승으로 이끌었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수문장 레프 야신이 재림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모로코의 선전을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모로코는 대회 개막을 불과 3개월 남기고 선수단, 축구협회와 불화가 거듭된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감독을 경질하고 왈리드 레그라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게다가 모로코 대표팀은 선수 26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이 귀화한 ‘다국적군’이다. 모로코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3명뿐이고, 나머지는 20명은 유럽 리그, 3명은 중동 리그 소속이다. ‘언더독’(약자)이 하나로 똘똘 뭉쳐 큰 일을 낸 것이다.

모로코는 1956년 독립 전까지 거의 100년 동안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모로코에게 이번 월드컵은 식민 지배국에 대한 ‘축구 복수극’이라 할 만하다. ‘무적함대’ 스페인과 ‘전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을 차례로 격파했다. 준결승에선 프랑스와 격돌한다. 레그라기 감독은 “결승 진출이라고 안 될 이유가 있나. 꿈을 꾸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며 투지를 불살랐다. 모로코가 기적의 역사를 어디까지 쓸지 궁금하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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