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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이상민 해임안’ 거부… 野, 탄핵 수순

입력 : 2022-12-13 06:00:00 수정 : 2022-12-13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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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진상 가린 뒤 판단 입장 여전”
예산안 처리 등 현안 산적 연말 정국 급랭

연말 정국 급랭

이재명 “이태원참사 아무도 책임 안 져”
野 “해임 거부 땐 더 큰 부담 나타날 것”
성난 민심 업고 李장관 탄핵소추 자신
與 “국조위원 사의 표명은 항의 표시”
전면 보이콧엔 신중… 협상 여지 남겨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넘어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거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한덕수 총리와 주례회동을 통해 내년 예산안 관련 법인세법 개정안과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 처리를 독려했다. 이에 야당은 크게 반발하면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본격 추진하는 동시에 단독 예산안 처리를 예고하고 나서 연말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국회에서 정부로 국무위원 이상민 해임건의문이 통지됐다”며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라며 “어떤 것도 이보다 앞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해임건의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읽힌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주례회동 결과도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회동에서 “12월 임시국회에서 국정과제 및 주요 민생현안 법안들이 최대한 처리될 수 있도록 각 부처에서 마지막까지 여야 의원들에게 법 취지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법인세법 개정안과 한전법 개정안에 대해 “이번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한전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 문책을 위한 최후의 카드인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바로 탄핵으로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장관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사람은 탄핵해야 한다”며 “저희가 충분히 논의해서 그다음 단계(탄핵소추)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15일까지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안을 감액한 단독 예산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1조7000억∼2조원이라고 알려졌지만 최근 이재명 대표가 ‘국민 감세’를 주문하면서 감액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현재까지 최종안이 확정되진 않았다”며 “13일쯤 최종안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與 불참에 ‘반쪽 국조’ 불가피… 野 “국민 뜻 존중해야” 압박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을 강행한 데 이어 탄핵소추안 추진을 예고하면서 12일 국회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대통령실은 연이은 야당의 압박에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고, 여당도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 전원 사퇴 카드 등으로 맞불을 놨다. ‘반쪽 국정조사’까지 우려된다.

 

야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며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경고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참사인 10·29(이태원) 참사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어제 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며 “윤 대통령께서는 국민의 뜻, 국회의 뜻을 존중하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해임건의안을) 안 받아들이면 국정조사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이 이 장관을 넘어 대통령께 부담이 되는 내용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은 불가피하다는 점도 연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강공 모드를 유지하는 데에는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여론 지형이 야당에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상 규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길어지면서 커진 국민적 공분을 기반으로 탄핵소추까지 문제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길리서치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 장관 사퇴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5%로 나타나는 등 이태원 참사 관련 여론은 정부·여당에 비우호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총리 주례회동 발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야당이 강하게 압박했음에도 대통령실은 이날 이 장관 거취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 후에나 판단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하며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단독 의결에 국조특위 위원 전원 사의 표명으로 응수하면서도 전면 보이콧 가능성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위원들이) 정치적으로 사퇴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사퇴하더라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가서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위원들의 사의 표명은 민주당의 일방적 의사 진행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라며 “전면 보이콧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날 국조특위 위원들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도 협상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정쟁의 하나로 보고 불수용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다수 인명이 희생된 참사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상황 속에서 집권 여당이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여론이 조성될 것을 우려해 국정조사를 전격 수용했다. 대야(對野) ‘협상파’인 주 원내대표의 결단이었다. 이를 두고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여당에 단결의 계기를 제공한 셈이 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악수’라며 맞받아쳤다. 서 최고위원은 “이런 협박은 말도 안 되고 국민의힘에 악수가 되는 것”이라며 “이 장관 하나 지키자고 국민의힘이 그런 카드를 낸다니 국민의힘은 정말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여당의 모습”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정조사가 여야 간의 공방에 이용되며 결국 국정조사 자체가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국정조사가 시작된 후 본조사 개시조차 못 한 채 시간을 허비해온 국조특위는 당초 이번 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현장조사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여당 위원들이 사퇴를 선언하며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야당은 이날 여당 없이 비공개 간담회를 여는 등 예산안 처리 직후 조사 개시에 대비하고 있지만 조사를 시작한다고 해도 정부·여당 협조 없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야당 일각에서는 당이 이 장관 파면에 이토록 집중하는 것이 ‘전략 미스’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야당 중진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걸 통해 뭘 얻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는 것이 대통령에게 부담일 수도 있지만 국회는 또 얼마나 우스워지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건 우리 당의 전략 미스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를 이뤘으면 일단은 국정조사 결과를 좀 기다려보고 이후에 장관 질책을 해도 늦지 않은데 너무 조급해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우중·김현우·박지원·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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