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 전체 막혀있는 터널 구조
유독성 연기 안빠져 화 키운듯
사망자 5명 승용차 내에서 발견
소방당국 “화재 원인 조사 중”
尹대통령 “유사시설 점검” 지시
29일 5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이곳을 운행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화재는 해당 트럭과 버스의 추돌 사고로 인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블랙박스 등 차량 조사를 진행하면서 소방당국은 트럭의 자체 발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49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현장 브리핑에서 추돌 사고 등 트럭의 화재 원인에 대해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재 초기 연기만 소량 피어오르다가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어 급속히 확산한 불은 터널 내 800여m에 이르는 구간을 까맣게 그을렸다. 방음터널에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지붕에 플라스틱 구조물을 사용한다.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등 열가소성 플라스틱이 주로 사용되는데 강화유리와 비교하면 화재에 취약하다. 목격자들은 방음벽으로 옮겨붙은 불길이 많은 연기를 내뿜었다고 전했다.
출입구 외 구간 전체가 막혀 있는 터널 구조라 유독성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터널 내에는 모두 44대의 차량이 고립됐다. 경찰은 경기남부청 수사부장과 자치부장을 공동 수사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폐기물 수거 트럭 운전자의 신병도 확보했다. 30일 사고 트럭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합동감식이 이뤄질 계획이다.
소방 당국은 사고 초기 사망자를 6명으로 집계했으나 1명이 중복으로 집계됐다며 5명으로 정정했다. 오후 6시 현재 5명이 목숨을 잃었고 안면부 화상 등 중상 3명, 단순 연기 흡입 등으로 경상 34명이 발생했다. 사망자 5명은 4대의 승용차 내에서 각각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승용차 2대에서 각 1명씩, 또 다른 승용차 1대에서 2명, SUV 차량 1대에서 1명이다.
이번 사고로 안양 삼막IC에서 성남 여수대로 구간, 47번 국도 등 주변 도로가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었다. 인명 수색 결과에 따라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방음터널 내부는 화염에 완전히 휩싸여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거센 불길로 내부 차량은 타이어가 모두 녹아내렸으며, 창문은 모두 깨졌고 차체도 그을렸다.
경찰은 방음터널 양방향 진입을 통제하고, 인접 IC에서도 차량 우회 안내를 했다. 소방 당국에는 화재 발생 직후 주변을 지나던 운전자 및 인근 주민의 119 신고가 200여건 넘게 접수되기도 했다. 화재와 함께 현장에서 검은 연기가 번지면서 시민들의 신고도 빗발친 것이다.
화재 당시 해당 구간을 지나던 한 운전자는 “현장에서 누군가 대피하라고 말했고, 대부분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터널 바깥쪽으로 내달렸다. 그야말로 도망가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인근 도로를 달리던 B씨는 “이 부근을 지나다가 터널에서 시뻘건 불길과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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