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박람회 참석 등 줄취소 예고
애로센터 긴급 운영… 6건 접수
매출 직결 계약·현장작업 등 다수
항공업계도 노선확대 계획 차질
산업부·코트라 등 긴급 지원 활동
中, 美엔 운항 정상화 팔 걷어 대조
“韓, 차별 말라” 연일 규제 완화 촉구
“섬유 제품을 바이어가 만져 보게 하고 직접 설명해야 하는데, 중국 대행업체에 맡겨야 할 판이다.”
섬유업체 마린티앤지의 우종명 대표는 오는 3월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상하이 국제 섬유직물 박람회’(InterTextile·인터텍스타일)에 참여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비자 발급 중단으로 항공, 숙소 등 모든 예약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12일 이렇게 토로했다. 우 대표는 부스 참가 신청까지 했지만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갑자기 비자 발급 중단 뉴스가 나와서 당황스러운 상황이고, 일단 여행사를 통해 비자 신청을 해놨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국인 단기 입국비자 발급 중단 여파로 국내 업체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전국 13개 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제주수출지원센터에 ‘중국 비자 발급 중단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접수센터’를 긴급 운영해 이날 오전까지 총 6건의 애로가 접수됐다. 접수된 업체의 업종은 기계 부품, 조선 기자재, 생활용품 등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전시회에 참가해서 새 바이어를 만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거나 이미 계약한 경우 최종적으로 중국에 가서 부품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게 막힌 상황 등이 접수됐다”고 했다. 불편 사항은 더 늘어날 전망인데, 비자 중단 조치가 장기화하면 대중국 수출 회복세에 영향을 주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 중국에서 열리는 수출박람회에 총 16건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중 다음 달에 1건, 3월에 3건이 예정돼 있다. 당장 2월 광저우에서 열리는 치과 의료기기 전시회 ‘덴털사우스차이나’ 참여 중소기업 30곳 중 절반가량은 참여가 어렵게 됐다. 전혜숙 중앙회 무역촉진부장은 “전시회 세 달 전부터 설비 이전 등 준비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현지에 지사나 법인이 있는 업체들 위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항공업계는 중국 노선 운항이 제한적이라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이지만 당분간 여객 수요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어 사태 장기화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의 중국 운항 횟수는 주 32회로 코로나19 이전(주 500여회)의 6% 수준이다. 중국 노선이 최근 재개될 상황이었는데, 이번 조치로 중국 하늘길 확대는 당분간 요원한 일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핵심 품목의 가격, 생산, 물류 등 공급망에 대한 이상 징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한국 기업들의 중국 현지 기업활동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내 ‘차이나 무역 지원 데스크’(1600-7119)를 설치해 기업들의 애로를 접수, 여건에 맞는 사업 추천과 정보를 제공하고 애로가 해소될 때까지 사후 관리한다.
중국은 중국발 입국자 방역 규정을 강화한 한국과 일본에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항공편 운항 정상화에 적극 나서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중국민항국 운수사(司·국) 량난(梁楠) 사장은 비자 제한 조치가 있던 10일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외국 상공계 인사들을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에서 민항국이 지난 8일부터 중국과 외국 항공사의 운항 재개 신청을 받고 있다고 소개하고, 거기에는 중국과 미국을 오가는 항공노선 운영 재개에 대한 양국 항공사의 신청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방역을 강화한 미국의 눈치를 보며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대해서만 보복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중국은 적반하장 격으로 한·일 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연일 드러내며 방역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인에 대한 차별적 제한 조치를 가능한 빨리 개선하기를 바란다”며 “관련 국가들이 상호 존중 정신에 입각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도 “중·한 사이에 나타난 비자 풍파와 중국 국민이 (한국) 입국 과정에서 겪은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대우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고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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