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조사방해 혐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전원회의를 열어 검찰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고발을 위해서는 화물연대가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한 사업자단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공정위 심사관은 화물연대가 특수고용형태종사자(특고)가 모인 사업자단체라는 입장이지만 화물연대 측은 노동3권이 보장되는 노동조합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다.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해 공정성 시비 논란이 일었던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다른 일정이 있어 심의에 불참한다.
15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공정위는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화물연대와 소속 임원의 고발 여부를 심의한다. 앞서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총파업 과정에서 파업 동참을 강요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세 차례에 걸쳐 화물연대 본부 등을 조사하려 했지만, 화물연대 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건물 진입에 실패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런 화물연대의 행위가 조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공정위 현장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화물연대의 공정위 고발 여부는 지난 10일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3명이 모인 소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인데도 위원들 간에 일치된 결론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가 이루지게 됐다.
이번 사안은 조사방해 행위와 함께 화물연대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조사방해 혐의를 적용하려면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라는 전제부터 성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이 대부분 사업자 등록을 했고, 개인차량을 이용해 자율적으로 영업하는 점 등을 볼 때 이들이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본다. 외견상 노조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사업자단체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공정위가 지난달 특고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제재할 때도 그대로 적용됐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은 노동위원회나 법원 판결에서도 노조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등이 인용되는 등 조합원들이 노동3권이 보장되는 근로자라며 맞서고 있다. 야당에서도 화물연대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오기형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 전원은 지난 9일 성명에서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 화물연대가 정부에게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및 적용대상 확대’를 요구하며 벌이는 시위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하겠다는 것은 경쟁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스스로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특히 이번 사건을 대하는 한기정 공정위원장의 태도도 문제 삼고 있다. 한 위원장은 화물연대에 대한 현장조사가 실시된 지난달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화물연대 소속된 화물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 사무처의 제재 의견을 심의해야 하는 ‘심판’ 역할을 맡은 전원위 의장인데도 민감한 쟁점 사항에 미리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야당 측이 한 위원장 스스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하고 있는 배경이다. 한 위원장은 전통시장 및 복지시설 방문이 예정돼 있어 이번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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