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김기현과 많은 인식 공유, 총선승리 역할”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공방으로 과열 양상에 치달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7일 정책비전을 발표했다. 양강 주자인 김기현 후보는 윤 대통령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친윤(친윤석열) 후보’임을 앞세웠고, 안철수 후보는 수도권 경쟁력을 내세우며 내년 총선 압승 전략을 강조했다. 한편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압박으로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던 나 전 의원은 결국 김 후보와 손을 맞잡았다.
◆與 전대 정견 발표…金 “당정 조화” 安 “수도권 170석”
이날 서울 강서구 ASSA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김 후보는 “당정 조화로 국정 에너지를 극대화시키고 정부 성공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며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24시간 민심과 당심을 듣는 살아 있는 정당을 만들고 민생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기 정치하지 않는 대표, 사심 없이 당을 이끌어나가는 대표가 돼서 연대와 포용과 탕평을 통해서 당내 대통합을 이루고 우리 당을 하나로 똘똘 뭉쳐 나가겠다”며 상향식 공천·주요 사안 당원 의견 조사·선출직 문호 개방 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며 “저는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리지 않고 한 번도 탈당하지 않고 정통보수의 뿌리를 지켜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진보 진영에서 활동해온 안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청년·중도·수도권 지지율에서 우위를 내세우며 내년 총선에서 170석을 얻어 압승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3번에 걸쳐서 서울·경기에서 선거를 치렀다. 저는 모든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면서 “(야당보다 득표율이) 15% 정도 차이가 나는 (수도권) 지역구는 좋은 후보를 공천하고 확장력이 있는 당 대표를 뽑는다면 우리가 되찾아올 수 있는 숫자”라고 했다.
이어 “저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모든 것을 던져서 승리하면서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었고,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또 안 후보는 “수도권에서 민주당을 궤멸하고 반드시 170석 총선 압승을 이루겠다. 저 안철수를 총선 압승의 도구로 써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전방위적 공세에 안 후보가 전날 공개 일정을 취소하면서 ‘중도 사퇴론’이 돌자 안 후보는 “1위 후보가 사퇴하는 것 보셨냐”고 반문하며 부인했다. 안 후보 캠프의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철수 가능성이 0%냐’는 질문에 “절대 없다”며 “그래서 ‘안’철수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 비전발표회를 시작으로 8일부터는 다시 선거 운동을 이어간다.
이날도 김 후보는 상대 주자인 안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김 후보는 비전발표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의 ‘신영복 존경’ 발언이나 ‘친(親) 언론노조’ 행보를 문제 삼는 배경에 대해 “(네거티브가 아닌) 매우 중요한 정책 검증 사항”이라면서 “과거 발언이나 행동이 우리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 후보 측에서 과거 행적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에 일조하지 않았나. 그것으로 제 생각이 증명됐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羅心은 金에게?…‘김나(김기현·나경원) 연대’ 현실화되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은 이날 김 후보와 단둘이 오찬을 함께한 뒤 “필요한 부분, 역할을 하겠다”며 사실상 지지선언을 했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뒤 특정 후보와 공식 석상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 전 의원은 오찬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의 모습이 분열의 전당대회로 되어가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깝다”며 “우리가 생각해야 될 것은 윤석열정부의 성공, 또 내년 총선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애당심, 충심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고 많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이 지난달 25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전당대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했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나 전 의원 옆에 나란히 선 김 후보는 “앞으로 나 대표와 함께 더 많은 의견을 나누고, 윤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압승을 위해 나 대표에게 더 많은 자문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지 선언으로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도 같이 공조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기자회견 직후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까지 했다.
친윤계에서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장제원 의원은 “당원들께 안정감을 주지 않을까”라며 “정말 좋은 일이고 공동의 목표인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박수영 의원도 “좋은 결말이 나고 있는 것 같아 바람직하다”면서 ‘김나 연대’ 공식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동안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안 후보에게 쏠렸던 표심의 향배가 이번 전당대회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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