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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해송 즐기는 대부해솔길따라 봄님 오시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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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1 11:15:48 수정 : 2023-03-11 11: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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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해솔길 1코스 걷다 만나는 구봉도/바다와 해송 즐기다 낙조전망대 오르니 봄 바람 ‘살랑’/하얀풍력발전기 고운 모래사장 어우러진 방아다리 해변에도 봄 내음/시화나래조력공원 75m 달전망대 오르자 서해가 한눈에

 

구봉도

파도 따라 살랑살랑 봄 내음 불어온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 활짝 펴라고.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 들면 더 잘 느껴지는 따뜻한 햇살은 얼굴 피부 세포 하나하나에 살포시 내려앉고. 재잘재잘 아기 새는 신나서 지저귀고 둥글둥글 몽돌은 부드러운 파도에 경쾌하게 구른다. 마침내, 봄님 오시나 보다. 피톤치드 가득한 바다 소나무와 파도가 노래하는 대부해솔길 따라 걸으니 서둘러 오시는 봄 맞으러 가는 발걸음이 사랑하는 님 만나러 가는 길인 듯 사뿐하다. 

 

구봉도 액자 포토존

◆서둘러 온 봄바람 맞으러 구봉도 갑니다

 

봄은 바닷바람 타고 온다. 얼음장 같던 시퍼런 물빛 부드러운 하늘색으로 바뀌고 발을 담가도 차지 않으면 봄이 머지않다는 신호. 여기에 우수, 경칩 지나 춘분으로 달려가니 아침저녁은 좀 쌀쌀해도 이제 그야말로 봄의 길목이다. 제주와 남도는 서둘러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지만 수도권은 아직 좀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서둘러 봄 내음 가슴에 담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당일치기로 가볍게 봄소식 만나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구봉도로 달려간다.

 

구봉도 가는 길 갯바위 갈매기

이름은 섬이지만 나무로 만든 개미허리 아치교가 놓이면서 물때와 상관없이 구봉도 끝자락까지 언제든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두 가지 코스 중 마음에 드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산행 코스는 대부북동 해솔마트 주차장, 바닷길 코스는 단구봉길 종현어촌체험마을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두 갈래 길은 구봉도 맨 끝 낙조전망대에서 만나지만 산길은 40분 정도 걸리는 미니 산행이고 난도가 있다. 봉우리가 아홉 개라 구봉도로 불릴 정도니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친다. 반면 20∼30분 걸리는 바닷길은 2㎞ 거리 평지라 좀 단조롭지만 계속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어서 눈이 호강하고 가슴도 시원하게 열린다. 물론 다리가 튼튼하면 산길로 가서 바닷길로 나오며 구봉도를 제대로 여행할 수 있다.

 

구봉도 가는 길 굴껍질 해변
선돌 해변

종현어촌체험마을에서 바닷길 따라 타박타박 걷는다. 시간은 정오를 향해 달리고 마침 날이 맑아 햇살도 따사로우니 어느새 흐르는 땀은 패딩 점퍼를 벗어 허리에 묶게 만든다. 밀물 때라 폭이 좁아진 해변은 온통 백색이다. 파도가 밀려와 쌓아 놓은 굴 껍데기와 조개 껍데기가 수북하게 쌓여서다. 종현어촌체험마을의 바다에 물이 빠지면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서해안 갯벌이 펼쳐진다. 가까운 갯벌은 걸어서, 먼 갯벌은 트랙터를 타고 나가 바지락을 캐고 납작게, 고둥 등 살아 숨 쉬는 작은 생명체를 만나는 갯벌 체험을 할 수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여행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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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
선돌

0여분 걸어가자 한눈에 범상치 않은 선돌 2개가 바다를 꾸미는 신비한 풍경을 만난다. 작은 선돌은 쓰러질 듯 비스듬하고, 큰 선돌은 작은 선돌을 애처롭게 내려다보는 모습. 당연히 선돌에 얽힌 전설이 없을 리 없다. 작은 선돌은 할매 바위, 큰 선돌은 할아배 바위로 슬픈 얘기가 전해진다.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떠난 할아배를 기다리던 할매는 기다림에 지쳐 비스듬하게 쓰러지며 바위로 굳어졌다. 몇 년 뒤 할아배가 무사히 돌아왔지만 할매를 보고 너무 가여워하며 슬피 울다 함께 바위가 됐단다. 애틋한 사연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두 바위가 구봉도 어장을 지키는 수호신이라 믿는다. 선바위 넘어 바다에는 선재대교와 영흥대교로 연결된 대부도∼선재도∼영흥도 산자락이 아련하다. 저녁노을이 질 때면 두 선돌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가 환상적이다. 낮이라 노을은 볼 수 없지만 독특한 선돌 풍경으로도 충분한 여행의 추억을 남긴다.

 

구봉도 전경
구봉도 해변
개미허리 아치교

선돌을 지나면 저 멀리 개미허리 아치교로 연결된 구봉도 끝자락과 아름다운 바다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겹겹이 쌓인 지층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기암괴석 절벽과 인자한 할아버지 웃음처럼 완만한 곡선으로 휘어진 해안선, 갈매기들의 안식처인 작은 갯바위와 항로 표지등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예쁜 수채화를 만든다. 따뜻하게 데워진 조약돌 해변에는 연인들이 앉아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며 인생샷을 담기 바쁘다. 동창들과 여행 온 70대 할머니들은 새벽부터 준비해서 싸온 김밥과 과일을 나눠 먹으며 소녀로 돌아간 듯,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구봉도
구봉도 낙조전망대
구봉도 낙조전망대

아치교를 건너 푸른 해송 숲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몇 차례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구봉도 끝자락 낙조전망대에 닿는다. 노을을 형상화한 반지 같은 예쁜 조형물 너머로 펼쳐진 바다는 시원하다. 귓불을 스치는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은 겨우내 얼었던 가슴을 사르르 녹이니 어느새 봄님 가슴에 들어와 앉는다. 조형물 제목은 ‘석양을 가슴에 담다’. 동그란 태양 양옆으로 비스듬하게 뻗어 나가는 황금색 스틸을 달아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 위에 비치는 아름다운 노을빛을 담았다.

 

구봉도 바닷길
구봉도 바닷길
개미허리 아치교로 돌아오는 바닷길

낙조전망대에서 바다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는데 아무 생각 없이 내려갔다가는 후회하게 된다. 기암괴석이 꾸미는 기묘하고 은밀한 풍경만 즐기고 다시 돌아오도록. 아무런 정보가 없어 앞서가는 사람들을 따라 계속 걸었는데 가파른 바위를 넘다 발을 헛디뎌 바다로 떨어질 뻔했다. 더구나 중간에 길이 끊겨 밧줄을 잡고 힘겹게 처음에 왔던 산길로 다시 올라야 한다. 간조 때나 이 길을 따라 개미허리 아치교 쪽으로 갈 수 있다.

 

방아머리해변
방아머리해변 포토존

◆방아머리 해변엔 동화처럼 예쁜 낭만 ‘뿜뿜’

 

막판에 구봉도에서 산악 훈련을 세게 했더니 심하게 배가 고파 방아머리 해변으로 달린다. 방아머리 음식문화거리가 조성됐는데 가장 인기 메뉴는 바지락 칼국수. 인근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바지락을 수북하게 넣어 맑게 끓인 국물은 바다향이 가득하고 쫄깃쫄깃한 면발은 입에 착착 감겨 세숫대야처럼 커다란 칼국수 한 그릇이 순식간에 빈다.

 

훈훈한 몸 이끌고 인적이 드물어 모래사장이 더 깨끗하고 넓어 보이는 방아머리 해변을 걷는다. 인파로 가득한 여름에는 절대 볼 수 없는 동화 같은 해변 풍경이다. 큐피드 화살이 관통하는 하트 모양 포토존과 그 뒤로 펼쳐진 고운 모래사장, 여기에 멀리서 돌아가는 하얀 풍력발전기까지 어우러져 요즘 20∼30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모래사장에는 영어 알파벳 ‘I♡ANSAN DAEBUDO’를 알록달록 파스텔톤으로 꾸민 조형물이 서 있어 낭만을 더한다.

 

방아머리해변 하트 포토존

방아머리 해변은 해송과 바다를 즐기며 걷는 대부해솔길 1코스와 1-1코스 시작점. 인근 대부도관광안내소(방아머리공원)∼북망산∼구봉약수터∼개미허리 아치교∼낙조전망대∼구봉도 선돌∼종현어촌체험마을∼돈지섬안길로 이어지는 11.3㎞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안산 대부해솔길은 전체 7개 코스. 예전부터 있던 오솔길과 바다를 따라 만든 길을 따라 대부도를 한 바퀴 돌게 된다. 이 중 넓게 펼쳐진 해변과 서해 갯벌을 곳곳에서 만나는 1코스가 대부해솔길의 백미. 방아머리 해변과 대부도 관광소 사이에도 울창한 해송숲이 조성돼 머리를 식히며 걷기 좋다.

 

시화나래조력공원 빛의 오벨리스크
달 전망대
달 전망대

◆75m 달전망대 오르자 서해가 한눈에

 

대부도에 들어갈 때 시화방조제 도로를 이용한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중간쯤 작은가리섬에 조성된 시화나래조력공원 달전망대다. 시화나래휴게소에 주차하고 걸어가면 코앞이다. 아파트 35층 높이 75m 달전망대에 오르자 서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부 구간 바닥은 강화유리여서 아찔하게 서해를 즐길 수 있다. 땅에서 박진감 넘치게 하늘로 향해 솟아오른 독특한 조형물 ‘빛의 오벨리스크’가 이색적인 공원 광장은 많은 이들이 따뜻한 한낮의 햇살을 즐긴다.

 

연날리는 아이
하트벤치

할아버지 손을 잡고 나온 꼬마는 지치지도 않나 보다. 왕성한 체력으로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앵무새 연을 날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공원 앞 바다에는 큰가리섬이 새 머리 형상으로 떠 있어 눈길을 잡아끈다. 바다를 따라 좋은 낱말만 골라 조형물을 만들었다. 행복, 최고, 기회, 감사, 기쁨, 행운 등등. 우리 인생에서 이런 말들만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조형물은 사랑. 오랜 세월 두 손을 꼭 잡고 같은 길을 걸었을 두 사람의 뒷모습은 눈이 부신 날 덕분인지 단어보다 아름답고 찬란하다. 


대부도=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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