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규모, 3년 뒤 114조원 예상
GPU 생산 ‘엔비디아’ 가장 큰 수혜
AMD·인텔 등 앞다퉈 경쟁 뛰어들어
삼성전자도 대규모 설비 투자 나서
퓨리오사 등 국내 스타트업도 참전
AI산업 전반 MS·구글 주도 형국 속
네이버, 한국어강화 AI서비스 7월 공개
기업들 임직원 대상 교육 등 대비 분주
AI 열풍 전망과 우려
과거 NFT·메타버스 반짝 인기 한계
전문가들 “지금 시기 놓치면 안 돼
AI허브 등 통한 데이터 확충 시급”
챗GPT가 출시 5일 만에 사용자 100만명을 확보했고 현재 1억명까지 늘어났다. 윤리적 우려 속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앞다퉈 서비스를 내놓는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대중적 열기를 바탕으로 수많은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들어 인공지능(AI)이 2030년까지 15조7000억달러(약 2경741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른바 ‘대(大) AI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AI의 발전이 특정 상품을 계기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이폰 모멘트’와 같다고 보고 있다. 특히 AI 사용 확대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침체된 반도체 업계에 ‘구원자’가 될지도 관심사다.
◆챗GPT… 반도체 업계 ‘구원자’ 될까
16일 업계에 따르면 AI 시장이 커지면서 필연적으로 AI반도체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AI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수적인 비메모리 반도체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초저전력으로 실행하는 AI의 핵심 두뇌에 해당한다. 미국 리서치 기업 가트너는 AI반도체 시장이 올해 553억달러에서 2026년 861억달러(약 11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AI반도체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해외의 AMD, 인텔은 물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최강자인 대만의 TSMC,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더불어 스타트업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는 일제히 ‘엔비디아’를 주목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엔비디아는 챗GPT가 불러온 AI 열풍에서 가장 큰 혜택을 입고 있다. GPU는 그래픽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로, AI에 필요한 병렬 연산에서 기존 중앙처리장치(CPU)보다 월등해 대표적인 AI반도체로 쓰인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이용하는 슈퍼컴퓨터에도 엔비디아의 GPU ‘A100’ 1만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PU 시장 2위인 AMD 역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분야의 세계 최고 기술을 갖춘 기업인 자일링스를 인수하면서 AI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인텔도 이스라엘 AI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랩스를 인수해 2세대 프로세서 ‘가우디2’를 출시했다.
AI반도체 수요 증가로 5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하반기 TSMC에 신형 GPU인 ‘H100’ 1만개 이상을 생산해달라고 주문하는 등 주문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도 AI반도체 전문기업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AI반도체에 필수적인 5㎚ 이하 반도체 공정의 강자 TSMC에 비해 아직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대규모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AI반도체 위탁생산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파운드리의 강자 TSMC를 뛰어넘는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의 생산 공정을 4㎚로 정하고,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을 확정하는 등 2027년까지 최첨단 공정의 생산 능력을 3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밖에 국내의 다양한 AI반도체 스타트업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 등이 손꼽힌다.
퓨리오사는 2021년 NPU ‘워보이’를 내놓으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내년 초 1세대 모델 대비 하드웨어 성능은 8배, 데이터 전송 속도는 30배가량 향상한 2세대 칩을 선보일 계획이다. 2021년 AI반도체 ‘아이온’을 내놓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차세대 모델인 ‘아톰’을 삼성전자의 5㎚ 공정을 통해 최근 출시했다.
SK스퀘어에서 분사한 사피온은 기존에 선보인 AI반도체 ‘X220’의 성능을 4배 이상 끌어올린 ‘X330’을 올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챗GPT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효율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I 성장으로 기업들은 AI 학습 중
챗GPT의 도래로 시작된 AI 산업의 성장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초거대 AI 산업은 MS와 구글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이미 글로벌 IT 기업인 MS가 챗GPT 투자로 자체 검색 서비스인 ‘빙’과 웹 브라우저 ‘에지’에 AI 서비스를 입히면서 구글을 매섭게 따라잡고 있다. 한발 늦은 구글은 기업의 사활을 걸고 AI 검색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은 AI 검색 서비스 ‘바드’를 출시했지만, 공개 첫날부터 오류가 발생하는 등 삐거덕거리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이번엔 구글이 확실히 뒤처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MS와 구글이 AI 분야에 먼저 뛰어들었지만, 국내 AI 업계에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세계에서 3번째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했으며 AI 분야 논문·특허 경쟁력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이다.
네이버는 챗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를 7월 중 공개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초대규모 AI 상용화를 주도하고, 글로벌 경쟁력도 갖춘다는 입장이다. LG AI연구원도 파라미터 3000억개의 ‘엑사원’을 2021년 말 발표했고, KT는 초거대 AI ‘믿음’의 올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GPT-3 기반 한국어 특화 모델을 개발했다.
이 밖에 기업 내부에서도 AI 학습 열풍이 일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에 대해 공부하라고 지시했다. CJ그룹에서는 다음달부터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챗GPT의 개념을 포함해 업무 적용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다. CJ는 향후 챗GPT를 포함한 AI 활용을 위해 임직원 대상 교육과정도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IT 전문 유튜버가 챗GPT 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세미나를 한다기에 팀원들에게 교육비를 지원할 테니 원하는 사람은 다녀오라고 했더니 다들 가겠다고 하더라”며 “챗GPT로 전통적인 업무 방식에 변화가 올 것이 분명한 만큼 이에 맞춰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지원·개발 없인 찻잔속 태풍 그칠 것”
챗GPT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은 미래의 새로운 산업이라는 평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메타버스처럼 일시적인 인기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내 AI 산업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민관이 협력해 장기적으로 지원과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6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NFT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전망 있는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금 유명 프로젝트나 NFT 사업에 뛰어든 기업 등의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유통, 금융, 제약 등 각종 기업에서 발행한 NFT 가격도 급락한 상태다. 그라운드X의 NFT 마켓 클립드롭스에 최근 리스팅한 광동제약 컬래버 NFT의 최저가는 2클레이(약 800원)에 형성됐다. 이마트24 컬래버 NFT는 11클레이(4400원)로 이들 모두 재판매해도 투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메타버스 역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면에서 의문인 데다 챗GPT로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AI 기술에 기업들의 관심이 대거 몰린 탓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 메타버스의 대표 기업 메타(페이스북)의 주가는 192.08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한 2021년 9월 384.33달러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이 확대되는 지금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은 물론 정부도 나서서 AI 산업 인프라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데이터 확충으로 꼽힌다. 인터넷상의 데이터 60%가 영어인 반면 한국어는 0.5%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는 데이터양뿐 아니라 품질 문제로도 이어진다.
챗GPT가 이전에 출시된 AI 서비스보다 월등한 답변 수준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데이터를 일정 품질 이상 위주로 학습시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AI허브 등을 통해 활용할 데이터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최근 “고성능컴퓨팅(HPC) 등 AI 산업 관련 지원책이 시기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보다 확대하고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스타트업 등이 버티컬(업종별 특화)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초거대AI 산업 정책방향’(가칭)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로드맵’ 등 정책 방향을 올 상반기 중 발표하면서 초거대 AI 산업 발전을 위해 데이터 수집·이용 등 전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요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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