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경비원이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숨진 경비원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내걸렸으나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부촌으로 꼽히는 곳에서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경비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과 이를 추모 현수막이 단 하루만에 철거됐다고 전해지자 시민들은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 등의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경비원 투신 사망사건이 일어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에는 “관리소장과 입대의회장 갑질로 경비원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했다. 경비원, 미화원 일동”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하지만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바로 철거 됐다.
이 아파트의 한 관계자는 “집값이 내려간다는 주민의 항의가 빗발쳤다”며 “단지 안과 후문에 있는 현수막은 두고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정문) 입구의 현수막만 우선 제거했다”고 말했다.
현수막은 사망 사건이 일어난 직후 설치됐는데 주민들은 경찰과 구청 측에 현수막을 떼 달라는 민원을 여러 차례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직원들은 단지 내 곳곳에 붙었던 ‘갑질 주장’ 전단 역시 같은 이유로 일부 수거했다.
이러한 가운데 1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권한이 있는 서울지방노동청 강남지청에 경비원 사망 사건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숨진 박모씨는 숨지기 전 동료에게 '관리 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취지의 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초 경비반장이었지만, 최근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됐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민 만큼이나 관리소장 등 내부 직원들의 갑질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예방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아파트 경비원 갑질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으로는 이른바 '경비원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마련돼 있다. 2020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폭행·폭언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최희석씨 사망을 계기로 개정·시행됐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도 관리소장의 갑질까지는 막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입주민 외에 관리소장의 갑질에 대한 우려도 높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조사연구 및 노사관계 지원사업 공동사업단’이 발간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면접조사에 참여한 경비원들은 “관리소장의 근무 평가에 따라 고용 불안이 발생한다”, “1년짜리보다 6개월, 3개월로 하면 다루기 싶다고 관리소장이 말한다”, “3개월 단위 계약을 해서 끝나면 사직서를 받는다. 스트레스 받고 불안해서 못 있겠다고들 한다”고 털어놨다.
경비원은 간접고용 비율이 특히 높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000세대 이상 대규모 단지 아파트 경비원 가운데 용역회사 고용이 87.5%, 위탁관리회사 고용이 10.0%인데 반해 입주자대표회의 직접 고용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혹여나 원청 소송인 관리소장에게 불이익을 입을까 우려해 갑질 피해를 입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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