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꿈 많던 동생…” 엄벌 촉구
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도를 걸어가던 초등학생을 쳐 숨지게 한 60대 남성이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이 남성(66)은 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을 치지 않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며 “거듭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 만취 상태로 자신의 흰색 SM5 차량을 몰고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학교 인근 도로를 달리다 9세 초등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운전 당시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좌회전하다 도로 연석을 들이받고 급하게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길을 걷던 배승아(9)양이 숨졌으며 다른 어린이 3명이 다쳤다. 그는 퇴직 공무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3%로, 면허 취소 수준을 훌쩍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날 경찰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냈을 때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을 적용해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승아양 유가족은 이 남성에 대해 엄벌을 촉구했다. 승아양의 오빠 배모(26)씨는 이날 한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해자가 거의 하루 이틀 동안 경찰 조사도 힘들 정도로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 다음날 오전까지도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배씨는 “동생이 사고 15분 전쯤 친구들과 더 놀고 싶다며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며 “끼도 많았고 꿈도 많았던 동생이었는데 음주운전에 희생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씨는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사고 공론화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위해 승아양의 이름과 얼굴, 생전 영상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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