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 간사·원내수석 등 참여
6월 내 與野 합의안 도출 목표
전원위·공론조사 후 지도부 ‘뒷짐’
의원별 표 셈법 따라 의견도 달라
“원내대표, 중심 의견 잡아야” 지적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 논의가 무기한 표류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이미 2개월 가까이 넘겼다. 전원위원회 개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론조사 등 국회 차원의 논의가 충분했는데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뒷짐만 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양당에 제안해 구성된 ‘4인 협의체’도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이견 첨예해 6월 개정도 어려울 듯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장은 2일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김상훈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와 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 전재수 정개특위 간사로 구성된 4인 협의체와 첫 회동을 한다. 당초 김 의장은 전원위 소위를 꾸려 선거제 개편 단일안을 도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당의 소위 구성 반대로 시간이 지체되자 다른 방안을 꺼내 든 것이다.
김 의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제 마지막 단추를 채울 결실의 순간”이라며 “늦어도 다음 달인 상반기 안에 여야가 선거법 합의안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장 구상대로 6월 내에 선거제를 개편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여야가 서로 다른 협상 방법을 주장하는 데다 각 당내 이견도 조율되지 않아서다. 4인 협의체를 바라보는 여야의 태도에서부터 온도 차가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4인 협의체에 대해 “협상을 시작한다기보다는 보자고 하니까 보는 것”이라며 “(선거제 개편은) 원내대표가 나서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여야 모두 소속 의원들의 뜻이 달라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의사를 물어 중심적인 의견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의견이 다양해도 일단 논의를 시작하면 (한 방향으로) 모일 가능성이 높다”며 “언제든 (협상을) 시작해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선거제 개편의 동력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는 양당 지도부의 의지 부족이 꼽힌다. 4인 협의체와 같은 ‘당 대 당’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선 당론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 4월 전원위 이후 양당에서 선거제 논의는 실종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전원위에서 선거제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확인한 만큼 당 지도부가 진작 의견 수렴에 나서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양당 모두 지도부가 중심이 돼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려는 계획은 없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개특위에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고 있지 않느냐. 그것을 논의하라고 정개특위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정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도 “(선거제에 대한) 당내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서 문제”라면서도 당내 의견수렴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개편 늦어지면 투표권 침해 우려도
법정시한이 지났는데도 여야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선거기간을 코앞에 두고 선거제를 개편한 전철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 총선의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지난 4월10일이었다.
총선 기간에 임박해 선거제 개편이 이뤄질 경우 참정권과 투표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제 개편안이 도출돼야 선거구 획정을 할 수 있어 선거운동에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는 21대 총선을 석 달 정도 앞둔 2019년 12월 말에서야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19대 국회는 20대 총선을 한 달 남긴 2016년 3월에 통과시켰다.
한국선거학회장인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정치 신인들이 선거운동을 하는 데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며 “선거제도가 졸속으로 마련되고 유권자들도 후보자들에 대해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투표장에 가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일정에 따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정보와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 선거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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