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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주춤·주담대 확대에 은행 가계대출 17개월 만에 증가 전환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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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02 07:00:00 수정 : 2023-06-02 0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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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부동산 시장이 일부 회복세를 띄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5월 가계대출이 17개월 만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가 7000억원가량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동결로 현재 금리가 정점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3%대 후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의 ‘막차’를 타려는 수요로 예·적금도 증가세다.

 

◆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17개월 만에 증가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전월(677조4691억원) 대비 1431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기 모습. 연합뉴스

가계대출 잔액은 2021년 12월(3649억원) 이후 1년5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잔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가계에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한 금액보다 은행의 신규 대출 규모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줬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주담대 규모는 509조6762억원으로 전월(508조9827억원)보다 6935억원 증가했다. 2월 이후 4개월 만의 증가세 전환이다. 증가 폭은 올해 들어 가장 크다. 전세자금대출은 전월 대비 9222억원 줄어 감소세가 이어졌으나 3월(1조9014억원), 4월(1조7346억원)에 비해 감소 폭이 축소됐다. 개인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2580억원 감소했다.

 

기준금리가 1월 이후 동결돼 은행권도 대출 금리를 낮추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낮아져 대출 규모가 다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은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 등으로 연초 이후 주담대를 중심으로 대출 금리를 내리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 대출금리는 5.01%로 지난해 9월(4.71%)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도 4월 말을 기준으로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하락세 완화로 주택 수요가 회복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주 연속 상승세다. 이에 매수 심리가 개선되면서 5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개월 만에 80선을 넘어섰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이 기간 3조2359억원 늘었고, 개인사업자 대출도 415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모두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상 상생금융 정책이 영향을 줬다는 시각이다.

 

5대 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 규모도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달 총수신 잔액 규모는 1895조5696억원으로 전월 대비 16조6876억원 늘었다.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은 이 기간 11조8088억원, 1조542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증가 폭은 올해 들어 가장 크다.

 

보통예금 등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55조7534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8193억원 줄었으나 감소세는 둔화하는 모습이다. 4월에는 전달 대비 4조2127억원이 빠져나갔다.

 

은행권 관계자는 “향후 금리 인하 예상이 우세해지면서 현재 예·적금 금리 혜택을 누리려는 수요가 있는 데다 일부 정책상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오후 취임 1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 이복현 “배수의 진 치고 시장 불공정행위 근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금융과 경제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아가고 재도약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배수의 진을 치고 금융시장 안정과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근절에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금융시장은 선진시장 도약을 위한 출발선에 서 있다. 공정과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금융시장은 모래성과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의 이런 언급은 최근 불거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등 자본시장 불공정행위에 대한 강력한 근절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장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우리 주식시장이 아직도 (코스피) 2500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의 처벌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공정거래 엄단은) 누구에 대한 응징이나 제재의 관점이 아니라 자본시장 자체의 매력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적 틀로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일관되게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 원장은 앞으로 1년 동안의 금감원 업무 방향에 대해 “감독원 업무 혁신 성과를 가시화하고 금융 시스템과 민생 안정을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잠재 불안 요인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금융산업 성장을 위해 건전한 디지털 금융 혁신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해외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시장이 조금 더 안정되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재개 여부를 논하는 시점에서는 공매도 시장 접근성이나 운영 방식 등이 사전적으로 점검돼야 한다”고 말해 당분간 어렵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한편 이 원장은 내년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설에 대해서는 “제가 앞으로 1년 동안 무엇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에둘러 출마 의지가 없음을 피력했다. 

 

◆ 증권사는 토큰증권 시장 준비에 합종연횡

 

내년 본격적인 토큰증권(ST) 출시를 앞두고 증권사, 은행, 정보통신기술(ICT), 조각투자 플랫폼 등이 합종연횡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실물자산에 조각 투자하는 토큰증권이 금융사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만큼 생태계를 미리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지난달 31일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토큰증권 및 웹3.0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은 이날 미래에셋증권, SK텔레콤과 손잡고 토큰증권 컨소시엄인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토큰증권 사업에 필요한 분산원장(블록체인 네트워크) 체계를 함께 구축하고 양질의 토큰증권 발행, 혁신 서비스 발굴, 투자자 보호 체계와 제도 등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토큰증권 사업을 시작으로 금융 혁신, 웹3.0 사업까지 협력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견고한 파트너십을 통해 변화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미래 디지털 금융 혁신을 주도함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참신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토큰증권은 은행, 증권사 등 여러 주체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SK텔레콤은 웹3.0 환경 등 기술력에서, 하나은행은 신탁과 자산 발굴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큰증권 시장을 준비하는 금융사들은 발행·유통 분담, 기술 개발, 신탁 등 전반적인 인프라 협업을 위해 기업들과 동맹을 맺는 동시에 상품 판매를 위한 조각투자 플랫폼과 협업하는 얼라이언스를 별도로 구축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NH농협은행은 SH수협은행, 전북은행 등과 ‘STO 비전그룹’을 만들었고, 한국투자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협력해 ‘한국투자 ST프렌즈’를 만들었다. 신한투자증권도 이지스자산운용, 두나무 자회사인 람다256, 에이판다파트너스 등과 함께 토큰증권 플랫폼을 구축했고 KB증권도 ‘ST오너스’를 만들어 SK C&C 등 기업들과 조각투자 플랫폼을 끌어모았다.

 

토큰증권 시장은 내년 관련 법제도가 완비된 뒤 본격화할 예정이지만 신한투자증권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토큰증권 협의체를 만들고 있다”며 “토큰증권 투자자가 주로 개인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초기에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매력적인 투자 자산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성패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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