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부터 미국 작가조합(WGA)은 텔레비전과 영화 제작자 연맹을 대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21세기 들어 2007년 11월5일 파업 이후 두 번째 파업이다. 직접적인 쟁점은 다르지만, 이 두 파업은 영화 배급의 디지털화가 작가의 고용 및 작업 환경, 수익 배분에 미친 영향과 관련이 있다. 기존 영상산업 구조에서 작가는 보통 1차로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대본 작성할 때 받는 원고료, 그리고 비디오와 DVD, 유선방송의 재방영이라는 부가 시장의 수익에서 일정 비율에 따라 재방영료를 받는다.
2007년에는 DVD 수익이 최고조에 올랐었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이제 막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새로운 배급 방식의 등장에 따라 DVD 부문의 수익과 OTT 작품의 방영료 배분 비율을 조율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작가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서 파업을 진행했다. 이 파업은 DVD 부문에서 예전 비디오의 배분 비율인 0.3%를 그대로 유지하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상을 대여 목적으로 다운받는 경우는 총수익의 1.2%, 구매 목적으로 다운받는 경우는 총수익의 0.65%, 그리고 광고가 붙는 스트리밍 작품은 공개 후 17일이 지난 다음 올린 수익의 2%로 결정되면서 마무리되었다.
그에 비해, 이번 파업은 DVD 시장의 축소와 OTT 영향력 확대, 그리고 챗GPT와 인공지능(AI)의 등장이라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DVD 시장의 축소와 OTT에서의 작품 공개로 인해 유선방송에서 작품이 재방영되는 횟수가 줄어 작가들이 부가수익을 올릴 기회가 줄어들었다. 또한 OTT 회사들은 작품의 초안 작성 단계에만 고용하고 전체 개발 과정에서 작가들을 줄이는 이른바 ‘미니 룸’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제 곧 방송영상 콘텐츠의 대본도 챗GPT와 AI가 쓰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작가조합은 챗GPT를 자료 조사 도구로만 활용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래는 대체로 소비자와 관객에게 새로운 편리함과 상품을 제공했다. 그렇지만 업계 내부의 생산자들은 변화된 기술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향후 영상산업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미국 작가조합의 파업과 제작배급사들과의 협상 결과가 주목할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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