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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아닌 비양심… 시민단체 ‘314억’ 부정수급 적발

입력 : 2023-06-05 06:00:00 수정 : 2023-06-05 07: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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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보조금 사업 감사 발표
3년간 부정·비리 1865건 적발
수위심각 86건 고발·수사 의뢰
2024년도 예산 5000억 이상 감축
尹 “감시포상금 제도 운용” 지시

정부가 지난 3년간 비영리민간단체(시민단체)에 지급한 6조8000억원 규모 국고보조금 사업을 감사한 결과, 314억원이 불법적으로 쓰인 것을 적발했다. 시민단체에서 보조금을 직접 빼돌리거나 관련 업체에 사업비를 준 다음 ‘뒷돈’을 챙기는 등 국고보조금 부정·비리 사례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보고받고 “국민 혈세를 국민이 감시하는 포상금제도를 운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정부가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국무조정실 총괄하에 29개 부처의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을 감사한 결과, 최근 3년간 1만2000여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8000억원 중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번에 드러난 부정사용금액은 314억원으로 전액 환수될 예정이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지난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늘어난 일자리사업에서 무자격자 지원과 서류 조작 사례 등이 다수 적발되며 그간 보조금 사업의 부정과 비리,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만연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국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고 관리해야 한다”면서 포상금제도 운용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국고보조금 불법 사용은 단체 간부의 횡령과 내부자 거래, 거래업체로부터 리베이트(뒷돈) 수령, 서류조작 부정수급, 목적 외 집행, 규정 위반 등 천태만상으로 나타났다. 한 이산가족 관련 단체는 국고보조금으로 전·현직 임원의 통신비를 내고 한 임원의 개인 사무실 임차료를 내며 2000여만원을 유용했다. 또 한 시민단체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일자리사업 보조금 3110만원을 챙겼다.

정부는 보조금 유용·횡령, 리베이트 등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진행하고 목적 외 사용, 내부거래 등 300여건에 대해선 감사원의 추가 감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선심성 반복적 사업을 중심으로 내년도 보조금 예산을 5000억원 이상 감축할 방침이다.

이번에 적발된 단체는 향후 5년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다. 또 보조금 1차 수령단체뿐 아니라 앞으로는 위탁·재위탁 단체도 정부 관리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외부 검증대상 사업을 현행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회계법인 감사대상을 기존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 사업으로 금액 기준을 낮춰 외부 감시 체계도 강화한다. 이는 법 개정 사항으로 추후 입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부정·비리가 만연한데도 지난 정부에서 민간단체 보조금이 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며 “정부의 관리 역량은 줄어든 반면 사업규모가 늘어나면 부정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것들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보조금 구조조정은 1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윤석열정부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랏돈 받아 술·유흥업소에… 일자리 중복 지원도 ‘펑펑’

 

윤석열정부는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 유용이 만연해진 원인으로 지난 정부의 ‘예산 대폭 증가, 감시 소홀’ 책임을 꼽고 관리감독 강화와 예산 감축을 예고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2조원가량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이 늘어난 가운데 관료들이 감시 강화에 나서기보다 예산 늘리기에 집중한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사업에서 부정 수급 사례가 다수 적발된 만큼 이를 비롯한 선심성, 반복적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은 2016년 한 해 3조5571억원에서 2018년 4조367억원, 2020년 4조8543억원, 2022년 5조4446억원 등 매년 증가했다. 정부는 이 중 2020∼2022년 3년간 국고보조금(지방비 제외) 9조9000억원 중 사업비 3000만원 이하 사업과 이미 감사·수사가 진행된 사업을 제외한 6조8000억원 규모 사업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1차 조사로 추후 감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 결과 현재까지 우선 확인된 부정사용금액이 314억원으로 드러나 환수 조치에 나섰다. 부정 수령 사례는 △보조금 횡령, 사적 사용 △거래업체 리베이트 수령 △가족, 임원 등 내부자 부당 거래 △서류 조작 등을 통한 부정 수급 △임의적 수의계약 등 규정 위반 등 대략 6가지로 나타났다.

 

A단체는 지난해 ‘묻혀진 영웅들, 히든 히어로를 찾아라’ 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6260만원 보조금을 수령한 뒤 애초 보조금 용도와는 무관한 ‘윤석열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는 정치적 내용이 포함된 강의 등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B단체는 2020년 통일분야 가족단체 지원사업 추진을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1800만원을 받아 주류 구입, 유흥업소 이용 등에 사용했다. C단체는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앱(애플리케이션) 개발비로 5300만원을 거래업체에게 지급하고선 이를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3300만원을 부당 편취했다.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업체에서 사무기기 등을 빌려쓰고선 수천만원을 지급하는 내부자 거래도 만연하게 나타났다. 주요 노동조합의 지역지부인 D단체는 행사 참석인원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추가 수령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정부의 일자리 지원사업의 부정 수급 사례가 두드러졌다. 충남의 한 E단체는 지난해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면서 이미 지원금을 받고 있는 사람을 중복 선정해 1650만원을 지급했다. 전북 정읍의 F단체도 같은 사업에서 이미 창업을 했거나 사업비를 받은 사람에게 창업 지원 경비 4722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의 G단체는 사업 미참여자에게 초기사업비 9000만원을 지급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에서 일자리 지원사업이 과도하게 확대돼 수행 단체들이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부적격자를 선정하고 이를 실업자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적발된 사례에 대해 보조금 환수 조치, 향후 5년간 보조금 지원 배제,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있었던 위탁, 재위탁 업체들도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전부 등록해 회계서류, 정산보고서, 각종 증빙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공무원들이 수기로 장부를 관리해온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시스템도 전자 기반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또 회계법인 감사대상을 기존 10억원 이상 사업 대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를 추진해 외부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각 부처 재량에 맡겨진 관리 체계를 바꿔 기획재정부 총괄하에 전 부처가 참여하는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을 통한 점검에 나선다. 국민 포상금 제도도 강화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지자체 보조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3000만원 이하 보조금을 다수 타간 단체들의 경우도 정확한 보조금 액수가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입법과 관련해서도) 국회 계류 중인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文 정부때 예산 2조 늘리고도 감독 방관” 국정홍보 강화… 총선 겨냥 지지층 결집

 

대통령실은 4일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며 전임 정부의 실책을 정조준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을 2조원가량 늘려 놓고선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국민 혈세가 시민단체들의 ‘쌈짓돈’이 됐다며 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부정부패 적발과 기득권 타파는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정체성과 국정 철학과 맞닿아 있는 분야로, 이번 감사를 진행한 국무조정실 대신 대통령실이 직접 결과를 발표한 데는 국정 홍보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전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정부에서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런 부분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지난해 12월 문 정부 시절 시민단체 국고보조금이 2조원가량 늘어난 사실을 거론하며 국정감사를 예고했다. 이번 결과는 1차적 조치로서 애초에 염두에 두었던 2만5000여개 단체의 절반인 1만2000여개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향후 나머지 단체에 대한 감사를 추가 진행하며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 혈세로, 정의로운 일을 한다는 명목하에 뒤로는 온갖 추악한 짓을 하는 비영리 시민단체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적발된 내용을 보면 ‘시민단체’라 불러야 할지 ‘범죄단체’라 해야 할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그동안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퍼주고 방치하기만 했던 문(文)정권의 폐해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보조금 환수, 형사고발, 수사의뢰 등의 강력한 조치를 철저히 실시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권은 지난해 노동개혁에 이어 올 들어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때리기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현미·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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