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대마, 전자담배로 속여…사전 계획서 작성
거부하면 강제흡연…케타민·엑스터시 등도 유통
과천 서울랜드 축제에선 20대 등 용의자 조사
시흥 외국인 클럽에선 한 달 새 17명 검거
경기도 용인에서 미성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합성 대마를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대마 유통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대마를 전자담배라고 속여 피우게 하거나 강제로 흡연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모집책 2명은 15세로 고교 1학년에 불과한 미성년자였다. 단순 투약 혐의로 입건된 18명 가운데 9명도 미성년자였는데 중학생이 1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경찰은 과천 서울랜드 축제 기간에 마약 거래가 의심되는 20대 남성 등을 입건해 조사 중이며, 시흥의 한 외국인 전용 클럽에선 한 달 새 손님과 업주, 종업원 등 17명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검거됐다.
◆ 증거인멸 시도…디지털 포렌식으로 전모 밝혀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합성 대마 유통 총책 A(21)씨 등 4명을 붙잡아 이 중 3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로부터 구매한 합성 대마 등 마약류를 단순 투약한 18명을 검거하고, 이 중 혐의가 중한 2명을 구속했다.
A씨 등은 경찰에서 “지인들을 합성 대마에 중독시켜 향후 지속적으로 이윤을 남길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이 지인들에게 합성 대마를 판매한 내역을 보면, 1회 투약분 기준으로 시세보다 50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또 “여성을 대상으로는 합성 대마를 피우는 장면을 촬영해 놓고, 이를 빌미로 협박해 금품을 뜯거나 다른 이득을 챙기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 4명은 동네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 3∼4월 용인시 기흥구 소재 오피스텔에서 유통계획을 세우고, 총책과 모집책으로 역할을 나눠 지인들을 대상으로 합성 대마를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 피의자들은 지인들을 중심으로 마약을 유통하는가 하면, 미성년자를 상대로 투약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남 학원가의 마약 음료 사건과 닮은꼴이다.
이들은 합성 대마뿐만 아니라 케타민과 엑스터시 등 다른 마약류도 입건된 투약자들을 대상으로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책 2명은 각각 21세, 19세로 성인이었으나 모집책 2명은 15세에 불과했다.
A씨 등이 작성한 대마 유통계획은 A4 용지 2장 분량에 이른다. ‘모든 유통은 텔레그램으로 한다’, ‘마약류 복용자 혹은 복용할 것으로 판단되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 ‘지인들을 손님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하고, 술자리를 만들어 권유하거나 담배와 비슷하게 만들어 복용을 유도한다’ 등의 계획이 담겼다.
이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대마 유통계획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버리는 등 증거인멸을 했지만, 경찰은 디지털포렌식으로 해당 파일을 찾아내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다.
앞서 대마 유통계획을 수립한 A씨 등은 지난 3월 500만원어치의 합성 대마를 구매한 뒤, 지인을 하나둘씩 끌어들여 이를 피우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약 혐의로 입건된 18명은 A씨 등이 건넨 합성 대마가 마약류인 것을 알면서도 흡연한 투약 혐의자들이다. 경찰은 이들 모두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합성 대마를 전자담배로 알고 피웠거나, 피의자의 강압 때문에 흡연한 미성년자 4명에 대해선 사건 피해자라고 판단해 불입건 조치했다.
A씨 등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준 합성 대마를 피우는 것을 거부하자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협박하고, 강제로 흡연하게 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제로 흡입한 피해자 4명이 고등학생인 점을 고려해 전문상담기관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합성 대마는 대마 액상이 들어 있는 카트리지를 전자담배 케이스에 부착해 흡연하는 방식”이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전자담배 흡연을 권유받을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 3월 고등학생들이 합성 대마를 구매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한 끝에 A씨 등을 모두 붙잡았다.
◆ 서울랜드에서도 의심 신고… ‘LSD 운전’ 원심 징역 7년→2심 징역 6년
과천경찰서도 이날 국내 대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축제인 ‘2023 월드디제이페스티벌’이 진행 중인 과천시 서울랜드에서 마약 거래 의심 신고가 접수돼 20대 남성 B씨 등 3명에 대해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일 오후 5시5분쯤 “페스티벌 행사장 내 화장실에서 누군가 마약으로 보이는 물건을 주고받는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화장실 부근에서 B씨 등 용의자 3명을 발견했다. 당시 이들은 마약류나 관련 용품 등을 소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을 임의동행해 간이 시약 검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이들이 임의동행을 거부해 인적 사항만 파악한 뒤 우선 돌려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마약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흥에선 한 달 전 손님과 업주, 종업원 등 10명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검거된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또다시 7명의 외국인이 같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지난 4일과 이날 새벽 사이 시흥시 정왕동의 한 베트남인 전용 클럽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시쯤부터 단속을 시작, 클럽에 있던 손님과 종업원 등 127명을 대상으로 소변 간이시약 검사를 해 양성 반응이 나온 용의자들을 검거했다.
한편, 수원고법 형사3-2부(고법판사 김동규 허양윤 원익선)는 살인미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C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최근 징역 6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해 5월쯤 향정신성의약품인 LSD를 투약한 뒤 주거지 근처 편의점 앞에 서 있던 40대 택시 기사 등을 자신이 몰던 차량으로 들이받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일부와 합의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을 감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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