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3명 중 1명은 여전히 직장 생활을 하며 갑질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33.3%였다.
직장갑질119는 “괴롭힘 경험률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인 2019년 6월 실태조사 결과인 44.5%보다 10%p 이상 감소했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해당 법이 직장 내 괴롭힘 감소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 제보자는 직장갑질119에 “사장이 혀로 입천장 소리를 내면서 개를 부르는 듯한 제스쳐로 오라고 손짓했다”며 “회식 장소에서도 계속 바보라고 부르며 ‘야’, ‘니’ 호칭을 쓰며, 손을 세게 비틀어 꽉 쥔다거나, 과자를 억지로 입에 넣어주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먹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회사 상사가 다른 사람과 술 먹고 전화해서 무작정 재워달라고 하거나, 갑자기 10만원을 주고는 당연한 듯 자고 가는 일이 꽤 있었다”며 “어느 날 회사 상사가 업무 이후 시간에 10번 연속으로 전화를 걸어서 안 받았더니, 다음날 왜 안 받았냐고 질타하며 그날부터 저를 무시한다”며 고 호소했다.
특히 30대가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은 43.8%로, 20대 25.5%와 40대32.9% 등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경험한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22.2%) ▲부당 지시(20.8%) ▲폭행·폭언(17.2%) ▲업무 외 강요(16.1%) ▲따돌림·차별(15.4%) 등이 주를 이뤘다.
한 제보자는 직장갑질119에 “노동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지만 그 다음부터 오히려 제가 각종 징계를 받고 지금은 자택 대기발령 상태”라며 “그런데 가해자가 제 배우자 휴대전화에 웃는 모습, 당황하는 표시 등 여러 개의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너무 무섭고 불안하다”고 전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주년이 됐지만 기대만큼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특히 비정규직, 작은 사업장 등 일터 약자들은 더 고통 받고 있고, 갑질로 인한 극단적 선택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5인 미만 사업장, 원청 등 직장 내 괴롭힘 사각지대를 없애고, 관리·감독 및 처벌 강화,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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