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직후 뇌출혈로 사망한 30대 남성의 유족에게 정부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백신 접종과 사망 간에 인과성이 없다고 한 질병청의 피해 미보상 결정을 뒤엎은 판단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백신 접종 뒤 사망한 30대 남성 A씨의 배우자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망인의 사망과 이 사건 백신 접종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A씨는 2021년 10월22일 화이자 백신 접종 이틀 뒤 왼쪽 팔 저림과 마비 증세를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흘 뒤인 2021년 10월28일 숨졌다. A씨는 백신을 맞기 전까지 건강했으며 별다른 신경학적 증상이나 과거 병력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이 백신 접종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에 근거, 질병청에 보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A씨의 사망 원인이 ‘뇌출혈’이라는 부검 소견에 따라 A씨의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피해보상 거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씨 아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밝혔고, 남편은 이 말을 신뢰하고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정부 처분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해 위법하다”며 “해당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코로나19 백신이 다른 전염병 백신들과 달리 예외적으로 긴급하게 승인·허가돼 접종이 이뤄졌고, 백신이 사용된 지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A씨가 접종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이상 반응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 후 어떤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는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백신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만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백신 접종으로 A씨가 사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백신 접종 후 비로소 이상증상이 생겼다면 막연히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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