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정치적 탄핵’ 시도 확인
여권도 겸허하게 자신 돌아봐야
헌법재판소가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뤄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직무 정지 상태였던 이 장관은 즉시 장관 직무에 복귀해 충남 청양군 지천 일대 수해 현장을 방문했다. 국회는 지난 2월8일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발의에 참여했다. 헌재의 만장일치 기각으로 당시 이 장관이 직무상 위법이 없었는데도 정치적으로 터무니없는 탄핵을 시도한 것이 확인됐다. 야권은 심대한 역풍에 직면하게 됐으며, 야당에서 추진 중인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추동력도 크게 약화할 전망이다.
애초부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은 무리수가 아닐 수 없었다. 헌법(제65조)에 공무원 탄핵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규정돼 있다. 민주당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며, 이 장관의 법 위반과 직무 태만으로 사고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태원 참사를 전후해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의무, 사후 재난대응, 국회에서의 사후 발언 등 모든 쟁점과 관련해 탄핵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애초 이 장관을 국회에서 탄핵 소추할 당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이론이 컸다. 그래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용 탄핵’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입법 전횡을 일삼더니 이번엔 탄핵 청구 기각으로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167일간 재해·재난 담당 사령탑의 공백으로 국민만 피해를 봤다. 헌재의 기각 결정에 민주당은 사과하고 국정 혼선과 행정 공백을 초래한 데 대해 엄중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이 장관 탄핵소추는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고위층 그 누구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았다. 최근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를 놓고도 일선 현장 실무자의 과실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정부의 정치적 책임을 희석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권도 이번 탄핵소추 사건을 자신들의 국정 행보를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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