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초기 가설 설정 후 검증단계 필요
유전자 분석 거치면 유입 경로 등 파악
꽃매미처럼 천적들 늘면 개체 수 줄 듯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는 지난해 대발생하기 전인 2018년쯤 인천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인천에서 고양시로, 점차 서울로 퍼졌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분석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러브버그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종인 탓에 선호하는 먹이, 애벌레가 자라기 좋은 환경 등도 파악되지 않았다. 국립생물자원관에 표본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현재 러브버그 관련 모든 연구는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해야 하는 단계”라며 “내년이면 어느 정도 유입·확대 경로를 연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보는 가설은 러브버그의 해외 유입이다. 농작물, 건축자재 등 각종 물류 수출입 과정에서 외래종이 유입된 사례는 많다. 검역을 거친다고 해도 농작물 안에 숨어든 경우 등 모든 종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승관 서울대 교수(진화계통유전체학)는 “러브버그가 (항구가 있는) 인천 쪽에서 먼저 발견됐으니까 자연 유입보다는 무역 등으로 인위적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더 크게 본다”고 설명했다. 비슷하게 울산에서 각종 농작물을 먹어 치워 방재 작업을 벌였던 ‘빗살무늬미주메뚜기’도 수입 시 함께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자리 잡은 러브버그가 어디를 원서식지로 삼던 종인지는 유전자 분석을 거쳐야 한다. 중국 남부 및 일본 오키나와, 대만에 서식하는 러브버그를 각각 채집해 국내 서식종과 유전자 유사성을 따지면 유입 경로와 국내 이동 경로 등을 더 분명히 설명할 수 있다.
꽃매미나 미국선녀벌레 같이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외래유입종도 처음에 국내에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 천적이 없어 생태계에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원래 서식하던 종 입장에서는 못 보던 종을 굳이 먹으려고 하지 않아 특별한 천적이 없게 된다. 신 교수는 “아무도 (먹이로) 안 건드리면 그만큼 많이 퍼질 수 있다”며 “요즘 꽃매미가 전보다 없어졌는데 한국에 살던 다른 천적들이 이 종에 적응해 먹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비슷하게 러브버그 천적도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했다. 신 교수는 “보통 곤충이 대발생을 하면 개체 수가 증가했다가 천적이 늘고 대발생한 곤충은 줄어드는 균형을 보인다”며 “아마 올해 러브버그에 신났던 새들이 내년에 다시 찾아와 러브버그 개체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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