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선사유적이 발굴된 땅에 들어섰다는 이유로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앞에서 연일 집회와 시위를 이어온 특정 시민단체의 목적이 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문화재 보존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4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지역의 한 시민단체 대표 A씨는 최근 레고랜드에 착수금 3000만원과 성공보수 2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착수금을 주면 당장 집회·시위를 중단하고 레고랜드 앞에 진을 친 다른 시민단체까지 몰아내주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모든 시민단체가 물러가면 성공보수를 달라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다른 시민단체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민사소송으로 대응하고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한편 시설물 철거 명령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현재 레고랜드 주변에는 시민단체들이 설치한 불법 대형 천막과 현수막이 곳곳에 널려있다.
이 모든 과정은 강원도와 춘천시, 경찰 등과 긴밀하게 협조해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제안을 하는 배경으로는 “(다른) 시민단체의 불법적인 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 때문에 레고랜드의 정상적인 영업이 방해를 받고 있다”고 적었다. “(이 공문은) 일급 보안 문건이기 때문에 비밀을 보장하고 외부로 누설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담겼다.
춘천에 있는 작은 섬인 하중도에 들어선 레고랜드는 부지 공사 과정에서 대규모 선사유적이 발굴됐고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건립 반대 목소리가 제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2022년 5월 개장했으나 레고랜드 운영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반대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현재 10여개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는데 A씨가 대표로 있는 단체도 그 중 하나다.
다른 시민단체들은 A씨의 단독 행동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A씨는 과거 시민단체에서 같이 활동한 인물인데, 2년 전쯤 새로운 시민단체를 차렸다”며 “이후 다른 시민단체 활동가를 대상으로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선사유적 보존보다 돈에 더 관심이 있는 모양”이라며 “뜻 있는 활동가들의 활동이 폄하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인 시간을 쪼개 A씨가 주최한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시민 김모씨는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큰 뜻에 공감하고 집회가 열리는 날 종종 참석하기도 하고 응원했는데, 뒤에서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니 충격적”이라며 “더는 지지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레고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개장 이후 설치된 각종 불법 시설물로 레고랜드를 찾는 관광객은 물론 춘천시민들도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안타깝다”면서도 “해당 공문에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레고랜드는 법과 규정을 준수해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문화재 보존에는 동의하지만, 시민단체들이 불법적으로 집회·시위하는 것을 막고자하는 취지로 공문을 보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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