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野) 4당이 17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환경, 건강, 식품 분야의 특별보고관들이 어떤 입장을 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정부는 국제법과 국제 기준에 따라 오염수 문제를 처리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야 4당은 이날 국회에서 시민단체·종교계와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해양 투기는 국경을 넘는 바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인접 국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진정서 제출 사실을 전했다. 이어 “일본의 독단적이고 불법적인 오염수 투기 강행에 대해 국제사회가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국제사회 차원의 적극적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서에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환경, 건강, 식품 분야 특별보고관들이 오염수 투기가 가져올 인권 침해를 조사하고, 국제사회에 의견을 제출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특별보고관·실무그룹·독립전문가 등을 임명해 특정 국가의 인권 상황이나 특정 주제의 인권 문제를 살피는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은 진정 내용 등을 검토해 인권침해 사안이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관련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입장을 묻거나 추가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개별 정부에 오염수 방류 저지에 직접적 권한은 없지만,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공신력 있는 판단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환경권과 관련한 문제인만큼 원칙적으로는 인권이사회에서 오염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이 문제에 관해 특별보고관들이 어떤 의견서를 제출할지가 관건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다른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다뤄지고 있고, 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담은 보고서를 낸 바 있어 특별 보고관들이 이 보고서를 어떻게 참조할지도 관심사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야4당의 진정서 제출에 대한 질문에 “유엔 인권이사회 차원의 관련 동향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협력을 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안전성이 검증되고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처해오고 있다”고 정부의 기존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한편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앞서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오염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오염수 방류 관련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한·일간 실무 기술협의가 마무리됐다며 최종 검토를 거쳐 조만간 협의 결과를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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