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베트남을 방문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2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각각 세 결집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9월 중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베트남과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과 미국이 양자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의 앞마당인 동남아 중심 국가인 베트남과 관계 강화를 통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을 턱밑에서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에 이어 희토류 매장량 2위 국가로 바이든 대통령이 희토류 분야에서의 미국의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뉴멕시코주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곧 베트남에 방문할 것”이라며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 변화를 원하고, 미국의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베트남을 방문, 미국이 하노이에 새로 짓는 대사관 기공식에 참석했고, 7월에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베트남을 찾아 경제·재정 정책에 관한 고위급 정례 회담을 열기로 하는 등 물밑작업도 마쳤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남아공을 국빈방문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뒤 올해 들어 두 번째 해외 순방이다.
중국은 지난해 5월 화상으로 열린 브릭스 외교장관 회담에서 “‘브릭스 플러스’ 모델을 잘 활용해 더 많은 범위와 더 넓은 영역에서 브릭스 플러스 협력을 전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외연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미국이 한·미·일 안보 채널을 구축하고,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3개국 안보 협의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해 대중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에 대응한 개발도상국 등을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는 푸틴 대통령을 제외하고 브릭스 4개국 정상과 아프리카 국가 등을 포함해 모두 69개국 정상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처음으로 브릭스 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무부는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 격인 쿠바에 도청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까지 도청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 블록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수십 년 동안 세계 이슈를 지배해 온 미국 주도의 동맹과 제도에 대한 대안이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발부돼 이번 회의에는 화상으로만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푸틴의 불참은 러시아의 고립과 푸틴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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