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30일 김의철 해임제청안 상정
여권우위 구도 속 의결 가능성 높아
일각 KBS2·MBC 민영화까지 거론
노조, 정치성향 따라 반발·기대 교차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등 실태 점검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법제화도 추진
방문진·EBS 이사에 김성근·강규형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공영방송 정상화와 인터넷 포털 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1년 이상 지연됐던 국정과제인 ‘미디어의 공정성 공공성 확립 및 국민 신뢰 회복’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위원장은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공영방송이 국민의 선택과 심판이라는 견제 속에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공영방송의 구조와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영방송은 상업적 운영방법과 법적 독과점 구조의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포털에 대해서는 “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보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시대에 포털도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포털과 SNS 등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와 이로 인한 선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 요소”라며 “유익한 정보의 유통은 장려하되 가짜뉴스의 생산 및 유포는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미디어·콘텐츠 산업 성장 환경 조성을 위해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제도 전면 개선, 새로운 유형의 미디어 서비스 지원, 이용자의 권익 보호 강화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일모일발무비병이(一毛一髮無非病耳) 급금불개필망국(及今不改必亡國)’을 언급하며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이 말씀은 지금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각오”라며 “기득권 카르텔 세력의 반발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취임식 후 이 위원장은 첫 6기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김성근 전 MBC 인프라본부장과 강규형 명지대 교수를 각각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EBS 이사회 이사로 임명했다.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과 정미정 전 EBS 이사 해임 후 발생한 공석을 채운 것이다. 이날 전체회의는 이 위원장과 이상인 상임위원 2명만으로 진행됐다.
◆시작은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이 위원장이 공영방송과 포털 개혁을 언급하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공영방송 개혁은 개별 방송사 개혁과 전체 공영방송 시장 개편 두 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현재 공영방송이 노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경영진 교체로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지난 5기 방통위가 지난 2개월 사이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 구조를 개편하면서 경영진 교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변화는 KBS부터 시작된다. KBS 이사회는 30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총 11명인 KBS 이사회는 남영진 이사장과 윤석년 이사가 해임되고, 서기석 신임 이사장, 황근 이사가 합류하면서 여야 6대5 구도다. 여권 우위여서 해임제청안은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방문진 총원은 9명으로,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하고 김성근 이사를 임명하면서 여야 4대5인 상황이다. 방통위는 야권 인사인 김기중 이사에 대한 해임을 추진 중이어서, 이 자리도 여권 인사로 채워지면 여야 5대4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안형준 MBC 사장 교체가 가능해진다.
경영 개선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방통위는 KBS가 수백억대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무보직 1500여명이 억대 연봉을 받는 등 경영이 방만하다고 지적했다. 방문진·MBC에 대한 감사에서도 과도하게 임원 성과급을 인상하고, 잘못된 투자로 회사가 손실을 보는 등 부실경영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공영방송 축소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선진국 어느 나라도 공영방송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YTN 지분매각 절차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KBS2와 MBC 민영화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유료방송·민영방송은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 인터넷TV(IPTV) 출범과 종편·보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승인 등 새로운 경쟁체계가 도입된 이후 15년간 관련 법·제도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인식이다.
KBS와 MBC 내부에서는 반발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앞으로 이동관이 이끄는 방통위가 공영방송을 어떻게 장악하려고 시도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것”이라고 강한 태도를 보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5000만원가량 법인카드 사적 유용 및 해외 출장에서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김성근 전 본부장을 방문진 이사로 임명하는 것은 같은 사유로 기존 이사진을 해임한 윤석열 정권의 ‘내로남불’”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보수성향의 KBS 노동조합(제2노조)은 “김의철 KBS 사장의 무능력과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회사를 망쳐놨다”며 “다만 단순히 정권에서 내리는 낙하산 사장은 반대”라고 밝혔다.
◆포털의 공정한 뉴스 노출 책임 강화
포털 개혁은 국정과제로 지정된 사안이다. 여당은 포털에서 뉴스 노출에 의도와 개입이 있지 않은지 의심한다. 여권은 네이버의 알고리즘 설명이 추상적이고, 상업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기에 편파성·불공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네이버의 뉴스 검색 알고리즘 인위적 개입 의혹과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실태 점검을 진행 중이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법제화도 추진한다. 제평위는 새롭게 포털과 제휴하는 언론사를 심사해 제휴 여부, 기존 제휴 언론사의 계약 해지 판정 등을 결정하고, 광고성 기사와 선정적 기사를 판정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다.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네이버·카카오와 언론사 간 제휴를 위해 2015년 설립됐으나, 불공정 시비와 이념편향 논란이 이어지면서 최근 운영을 중단했다.
무엇보다 방통위는 포털이 ‘가짜뉴스 전달하고 퍼트리는 중요한 통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뉴스나 가짜뉴스 등으로 법적인 문제가 생길 경우 포털에도 공동 책임을 물리는 방안이 신중히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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