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아동학대 연차보고서
사망자 5년래 최다… 전년비 10명↑
피해자 절반 이상은 1세 이하 영아
신고접수 총 4만여건… 증가 추세
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부모’
10건 중 1건만 가정서 분리 보호
정부, 신고의무자 범위 확대 추진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50명으로 조사됐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31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50명으로 2021년(40명)보다 10명 더 늘었다. 2018년 28명, 2019년 42명, 2020년에는 43명이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남아가 33명, 여아가 17명이었다. 연령별로는 1세 미만 21명을 포함한 1세 이하 영아가 26명(52%)이었고, 10세 이상도 8명이었다. 사망 아동 중 14명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였고, 화장실 등에서 출생 후 사망한 아동이 5명이었다. 아동을 사망하게 한 학대행위자는 68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친모가 38명(55.9%), 친부가 15명(22.1%)이었고, 청소년관련시설 종사자 4명, 위탁부모 3명, 친인척과 보육교직원이 각각 2명이었다.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해 4만6103건으로 전년 대비 7829건(14.5%)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 당시 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정인이 사건) 등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신고가 크게 늘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아동학대 신고는 여전히 증가세인 것으로 복지부는 보고 있다. 실제 2020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4만2251건)와 비교하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는 2년 전보다 9.1% 증가했다. 지난해 신고건 중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등의 조사를 거쳐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만7971건으로 전년 대비 9634건(25.6%) 줄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결과 중 하나는 재학대 비율이다. 지난해 재학대 건수는 4475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16%나 된다. 재학대는 한 차례 아동학대로 판단된 후 5년 내 다시 학대로 판단된 경우다. 재학대 비율은 2018년 10.3%, 2019년 11.4%, 2020년 11.9%, 2021년 14.7%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으로부터 분리 보호한 사례는 전체 사례 중 10.0%인 2787건(일시보호 조치 1153건 포함)에 불과했다. 수치상으로는 전체 재학대 건의 62% 정도만 분리 보호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의 민감성이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신고가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아직 학대받는 아동들에 대한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상습적인 학대라 볼 수 있는 재학대 아동을 분리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아동학대를 사실상 방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아동학대 가해자는 부모가 2만3119건으로 전체의 82.7%를 차지했다. 이 중 친부가 45.7%로 가장 많았고, 친모 34.2%, 계부 1.8%, 계모 0.7% 등의 순이었다. 피해아동의 연령은 13~15세가 6903건(24.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10~12세 6522건(23.3%), 7~9세 5331건(19.1%) 순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아동학대 신고 활성화를 위해 신고의무자 범위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재학대 방지를 위해 부모상담·양육기술 교육 등을 제공하는 가정기능회복 지원사업을 지속 확대한다. 아울러 학대 우려가 있는 아동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생애 첫 건강검진사업의 확대, 보호출산제 도입 등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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