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고치 20조5573억에 근접
증권가 “추세에 변화… 주의해야”
금융 당국의 경고에도 국내 증권 시장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6주 넘게 20조원을 웃돌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넉 달간 2500∼2600을 맴돌며 박스권에 갇히자 테마주를 중심으로 단기 투자성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2786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0조5159억원으로 코스닥 잔액(9조7627억원)을 소폭 앞섰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자금을 대출하는 서비스로 주식시장의 빚투 규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일 20조원을 돌파한 이후 32거래일 연속 20조원을 웃돌았다. 연중 최고치인 20조5573억원(지난달 17일)에도 근접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빚투 규모가 연 최고점을 찍자 신용융자에 대한 경고에 나섰고 이에 증권사들도 과열 종목에 대한 신규 신용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를 감행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전히 급등하는 테마주를 향한 개인의 고위험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신용비율 상위 종목을 보면 대양금속(9.70%), 화천기계(8.09%), 한신기계(7.11%) 등 로봇 테마주와 요소수 테마주인 태경비케이(7.53%), 방사능 측정기 관련주인 우진(7.24%) 등 테마주 위주 신용거래 비율이 높았다.
다만 증권가는 테마주 위주로 상승한 상반기 증시 추세가 이달 들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의 변동성이 크고 실적이 역성장해 밸류에이션(가치) 지표들을 신뢰하기 어려워져 올해 상반기는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특정 업종, 종목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9월은 전환기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의 가중치가 달라졌다. 올해 종목장은 끝났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강달러, 고유가, 중국 리스크 등에 따른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빚투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7월 중순 이후 강세로 돌아선 후 미국채 10년물 금리 영향으로 연고점을 눈앞에 두고 있고, 중국의 경제 심리 불안은 연이은 대책에도 여전히 불안의 한 축에 놓여 있다”며 “9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는 달러, 중국, 유가 등 신흥국 불안을 높이는 요인을 줄이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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