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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印 달 착륙과 우주항공청 조직체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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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7 22:37:01 수정 : 2023-09-27 22: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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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1962년부터 우주 집중 투자
연구원 1만6700명… 韓의 17배
국내 우주개발 성공하기 위해선
인재 직접 관리하며 활용해야

인도의 달착륙선 찬드라얀 3호가 지난달 23일 달 남극에 성공적으로 착륙하는 것을 실시간 중계방송으로 보면서 인도 우주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도는 1962년 에너지부 산하에 국가우주연구위원회를 설치하고, 1969년 우주개발 전문연구조직인 ISRO를 세웠다. 1972년에는 우주청을 설립하여 전략적으로 우주개발을 했다. ISRO는 한국의 항공우주연구원보다 20년 앞서 설립됐고 첫 위성을 1982년 발사했다. 그리고 얼마 후 우주발사체와 비슷한 규모의 고체추진제 ICBM을 성공적으로 실험했다. 고성능 액체 추진제 로켓엔진이 필요했던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로켓엔진 및 기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방세계의 무역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로켓과 인공위성의 많은 부품을 국산화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인도는 그동안 SLV-3, PSLV, ASLV 등 우주발사체를 개발해 국내외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인도는 우리별 3호 발사 이후 올 3월까지 34개국의 인공위성 417개를 발사해 국제 발사시장에서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에는 무게 1380㎏짜리 챤드라얀 1호를 달 궤도에 진입시켜 달 남극에 물이 있는 것을 밝혔고, 2013년에는 화성에 망갈리얀을 발사해 궤도에 진입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2019년에는 무게 3850㎏의 찬드라얀 2호를 달로 발사했으나 착륙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4년 만에 찬드라얀 3호를 발사하여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하고 27㎏짜리 로버가 달 표면에서 활동하게 했다. ISRO 직원이 1만6700명이니, 항공우주연구원보다 17배나 많은 큰 조직에 우수한 연구원들이 오랫동안 열심히 노력하면서 경험을 쌓은 결실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최근 러시아의 루나 25호도 달로 날아갔다. 지난달 21일 달 착륙을 시도했으나 기술적인 결함으로 달에 충돌하면서 연착륙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1976년 루나 24호를 달에 착륙시키고 170g의 달 흙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와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그러나 지난 47년 동안 달 탐사를 하지 않는 사이 유능한 많은 연구인력이 은퇴해 연구소를 떠났고 새로운 연구진은 경험이 없으므로 루나 25호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마찬가지다. 작년 8월, 달 궤도선 아르테미스 1호를 싣고 달로 발사하려던 SLS 우주발사체를 4번의 발사연기 끝에 11월16일 겨우 발사에 성공했다. SLS 우주발사체는 새로운 로켓시스템이 아니고 100번 이상 성공적으로 발사한 우주왕복선에 사용하던 추진시스템의 성능을 개량한 것이다. 우주왕복선을 마지막으로 발사한 것이 2011년 7월이다. 그 후 11년 동안 나사와 산업체에서 우주왕복선 발사와 관련된 업무를 하던 많은 연구원과 기술자들이 나사를 떠나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등 우주 벤처로 이직했다. 스페이스-X 연구원의 800명 정도가 나사에서 왔다는 것을 보면 SLS 우주발사체를 발사할 때 우주왕복선 발사와 관련된 업무에 경험이 있는 연구원이나 기술자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도 최근 새로운 우주발사체 H-3의 시험 발사에서 계속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우주개발은 선진국도 어려운 공학이다.

우주개발의 힘든 점 중 하나는 연구결과 발표를 국민이 보는 앞에서 한다는 점이다. 누리호 발사 때 국민이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을 보면 우주항공청 설립 이후 국내 우주개발은 특별히 더 많은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외국의 예에서 보듯 당분간 새로운 국내 우주개발의 성패는 지난 30년간 정부의 지원으로 국내 우주항공개발, 즉 누리호와 다누리호, 다목적위성, 스마트 무인기 등의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지휘하며 많은 경험을 쌓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연구원을 많이 품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원의 활용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우주항공청의 조직체계는 항공우주연구원을 직접 관리하며 활용하는 조직체계가 아닌 것 같아 심히 염려된다.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훌륭한 지휘자만 가지고는 안 된다. 방사청이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을 직접 잘 관리하여 연구원의 사기를 올리며 방위산업을 활성화해 방산 물품의 수출 등 K방산에서 큰 성과를 올리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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