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현재 수준 지속되면 2100년 韓 GDP 5.4% 감소

주요 수출도 타격

현재 수준대로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2100년에는 올해 대비 5.4%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기후변화가 교역상대국의 생산성과 소득 감소로 이어지며 국내 주요 수출 산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재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6일 발간한 BOK이슈노트 ‘수출입 경로를 통한 해외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국내 파급 영향’을 통해 “우리 경제의 높은 무역의존도를 감안할 때, 해외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험은 국내 산업의 생산 위축, 부가가치 감소 등의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녹색금융협의체(NGFS)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하에서 2100년까지 우리나라와 전 세계의 GDP 성장률이 받을 영향을 분석했다. 이 시나리오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아 온도 상승이 극대화하는 상황을 가정했는데,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올해 대비 2100년의 GDP가 2.0∼5.4% 누적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 GDP는 이 기간 3.8%에서 최대 8.9%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적인 소득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도 타격을 입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11.6~-23.9%), 정유(-9.7~-19.1%), 화학(-7.6~-15.7%), 철강(-7.2~-15.6%) 업종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는 글로벌 농축수산물 공급 감소로 이어져 국내 수입 가격 상승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아 온도가 지속 상승하는 시나리오(SSP5-8.5) 분석 결과, 글로벌 농축수산물 가격은 평균온도 상승폭(1951~1980년 대비)이 1.5℃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기준시나리오 대비 하락하다가, 이를 초과하면 가격이 상승 전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과장은 “당초 온도가 낮은 경우의 온도 상승은 작물 생산성 증대에 도움이 되는 온화한 기후를 형성해 작물 가격이 내려갈 수 있으나, 지속적인 온도 상승이 결국 생산성을 저하시켜 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산업의 생산 위축과 부가가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수입 농축수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음식료품 제조업(-6.1~-18.2%)이나 음식 서비스업(-10.2~-17.9%),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6.6~-13.6%), 정유(-5.8~-11.6%), 화학(-5.0~-10.2%) 등 산업에서 생산 위축이 발생하고 부가가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기후변화 뿐 아니라)자연재해에 의한 물리적 피해가 확대될 경우 해외 기후리스크가 글로벌 공급망을 거쳐 국내 경제에 예상보다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에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은 해외 기후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