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씩만 돌아가면서 참여
필수인력 유지 큰 혼란은 없는 듯
일부 부서는 환자 예약 지연사태
전국 국립대병원 확산 여부 촉각
“의료공공성 강화·필수인력 충원”
11일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인력 부족 등을 호소하며 파업에 나섰다. 필수유지 업무 인력은 유지되면서 진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지회(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는 이날 오전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필수인력 충원과 함께 어린이병원 병상 수 축소 금지, 진료 기여수당·의사 성과급제 폐지 등 의료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파업에 조합원 3800명 중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부서 직원을 제외하고, 1000명씩만 돌아가면서 참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파업 첫날 서울대병원은 큰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와 함께 이날 집회를 지켜본 이새봄(24)씨는 “환자 입장에서는 하루가 급한 상황이라서 위(병원 측)에서 빨리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조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취임 첫해 의사진료수당을 100억원(60%) 이상 인상했지만, 의료공공성, 인력, 노동조건에는 쓸 돈이 없다고 한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의료인력이 부족해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생겨도 정부는 공공병원 인력확충 문제 개선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파업이 전국 국립대병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도 이날 필수인력 충원, 직무성과급제 저지, 불법의료 근절, 실질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며 8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대구시 중구 경북대병원은 이른 아침부터 곳곳에서 업무 차질이 빚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노조는 이날 오전 9시쯤부터 본원 1층에서 환자와 방문객들에게 파업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선전 활동을 벌였다. 복도를 비롯해 곳곳에는 큼지막하게 ‘파업 지지’라고 쓰인 종이와 현수막이 걸렸다.
본원 로비에는 농성을 벌이는 조합원과 환자가 뒤섞여 북적거렸다. 방문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농성 모습을 지켜봤다.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는 환자는 “진료 예약을 하러 왔는데 2주 이상 지나야 가능하다고 설명을 들어서 당황했다”며 “그때까지는 조금 아파도 참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번 파업에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 분회 조합원 2400여명 중 800여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10명대에서 6명까지 줄일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해 줄 것과 임금 현실화, 직무성과급제 저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환자 불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병원 측은 현재 행정 직원 70여명을 원무와 수납 등 보조 업무에 임시 투입했다. 병원 측은 “파업이 빨리 종료될 수 있도록 노조와 적극적으로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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