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어린이의 참상 더욱 끔찍
사태 악화 없게 국제사회 나설 때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전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그제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 대피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가자지구 외곽 군부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군 투입은 주말로 예상됐으나 기상 악화로 인해 미뤄졌다고 한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도발로 시작된 무력 충돌이 수습 기미는 보이지 않고 확전 양상으로만 치닫고 있으니 우려스럽기만 하다.
외신에 따르면 보병부대와 탱크, 공병대, 특공대 등으로 구성된 이스라엘군 수만 명이 조만간 가자지구에 진입해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는 작전을 펼칠 계획이다. 하마스를 지원해 온 ‘시아파 맹주’ 이란 측은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수행하면 대응할 것”이라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사태 악화와 확전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가자지구 상황은 말그대로 생지옥을 방불케 한다. 물과 식량이 끊기고 의료 시설이 붕괴한 상태에서 겨우 목숨만 이어 온 주민 수만 명이 자동차와 오토바이, 당나귀가 끄는 수레까지 동원해 피난길에 나서고 있다. 이·하마스 충돌로 양측에서 집계된 사망자만 4100명인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의 60%가 여성과 어린이다. 가자지구 북부의 주민 110만명 중에는 임산부와 어린이, 노인, 장애인처럼 피난을 떠나기 어려운 이도 적지 않아 확전 시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어떤 전쟁에서든 약자에 대한 인도적 보호와 지원은 이뤄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마스 도발로 9·11 테러에 비견될 정도로 최악의 피해를 본 이스라엘 측에 하마스 파괴의 명분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하마스 지도부 제거 목적을 넘어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것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하마스는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지상 작전 과정에서 한계선을 넘거나 무고한 피해자가 양산될 경우 언제든지 국제사회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하마스 충돌이 이란 개입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 분명한 만큼 정부도 충격을 최소화할 대비책을 단단히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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