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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R&D 예산논란, 명확한 설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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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19 23:22:53 수정 : 2023-10-19 23: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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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계속해서 논란이다. 지난 6월 말 제출 시한을 앞두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올해 31조1000억원보다 16.6% 줄어든 25조9000억원으로 책정된 예산안이 지난 8월 말 발표됐다. 이후 내내 과학계 반발과 우려,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는 정부 해명 등으로 무척 혼란스럽다.

과학계는 연일 성명과 기자회견, 설문조사 등을 통해 R&D 예산 삭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등 각 과학 커뮤니티와 학회, 단체, 대학교수,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원생, 학부생 할 것 없이 연구 차질과 고용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이진경 산업부 차장

국정감사 중인 요즘 국가 주요 R&D 예산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등 대부분 부처 담당 상임위에서도 줄어든 R&D 예산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내년 R&D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느냐고 지적한다. 기상관측장비 핵심기술 개발, 가동원전의 고장과 사고 최소화를 위한 혁신 예측 기술, 인공지능(AI) 반도체 혁신기업 육성 사업 등 내년 예산 삭감이 예고된 개별 사업들을 줄줄이 나열하며 이유를 따져 물었다.

정부도 바빠졌다. 과기정통부는 예산안 발표 이후 과학계와 간담회를 잇따라 진행하며 R&D 예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8월26일 이후 각종 R&D 예산 관련 보도에 낸 보도설명자료는 30여개에 달한다.

R&D 예산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투명성이다. 근거와 설명이 명확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최근 5년간 10조원 가까이 급격히 몸집이 커진 R&D 예산을 효율화해 R&D다운 R&D 수행으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한다는 정부 설명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무척 모호하다. R&D 비효율 사례라고 제시된 것이 있긴 하다. 가구회사가 화장품을 연구한다며 연구비를 따냈다거나 중소기업이 연구기획·과제관리업체를 통해 연구계획서를 작성해 지원을 받은 사례 등이다. 중소기업계는 ‘카르텔 원흉’처럼 지목된 데 대해 억울해한다. 출연연과 과학계 비효율 사례는 언급조차 되지 않아 예산 삭감 직격탄을 맞은 과학계는 더 답답해한다.

올해와 내년 R&D를 비교해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늘고 줄었는지, 신규 추가 사업은 무엇인지 종합적인 그림도 그려지지 않는다. 일례로 야권은 과기정통부 산하 25개 연구원에서 진행하는 12대 국가전략기술 R&D 사업 예산이 내년 삭감됐다고 지적했는데, 정부는 전체 내년 12대 국가전략기술 예산은 증액됐다고만 설명한다. 젊은 과학자 지원도 줄었다는 지적과 늘었다는 해명이 혼재한다.

물론 R&D 과제가 7만개에 이르고, 출연연 수도 많으며, 예산 배분 구조가 단순하지 않은 점은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단편적인 설명들에 내년 R&D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온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R&D 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최소화할 방법은 어떤 정책적 판단과 근거, 방향성을 가지고 한 것이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과학은 근거가 뒷받침돼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한 R&D 예산이 흐릿한 것은 맞지 않는다.


이진경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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