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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억 줘도 1年 만에 사표”…‘망가지고 찢긴’ 성남시의료원 재도약 가능할까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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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14 18:09:08 수정 : 2023-11-14 20: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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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의료원 ‘운영 개선안’ 발표…내년 상반기 마무리
수도권 최대 시·군 공공의료기관, 4년 만에 민간위탁
서울대병원 등 대학병원 수도권 분원 형태로 변신
11월 복지부 승인 요청…시의회 동의 등 거쳐 위·수탁
일부 시민단체, 성남시장 ‘직무유기’로 주민소환 추진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수도권 최대 공공의료기관인 ‘성남시의료원’이 결국 민간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된다. 의료법인 설립 이후 8년간 3000억원 가까운 공적 자금을 투입했으나 연 최대 500억원 넘는 손실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효율성이 도마 위에 오른 탓이다.

 

운영 주체인 경기 성남시는 이달 중 보건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해 내년 상반기까지 유수의 대학병원과 위·수탁 협약을 마칠 계획이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노조는 신상진 성남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시 의료원 경영 개선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민간위탁에 매달려 시민 조례로 만들어진 공공의료원이 망가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전경

◆ “직영체제로 양질 서비스 어려워”…지방의료원 위기, 수도권에서도 현실화

 

신 시장은 14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방향성만 제시돼온 시 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509병상 규모의 시 의료원이 연봉 2억8000만원을 내걸고 정신과 의사를 공모해도 신청조차 없고, 연봉 4억원을 받던 순환기내과 의사는 1년 만에 나가버렸다”며 “현재 의료원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운영방식으로 시민 외면과 과도한 의료손실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개월간 운영방식 개선안 등 타당성 용역을 진행했고 시민,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했다. 향후 시의회 동의와 수탁기관 공모, 적격자 심사를 거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성남시에 따르면 시 의료원은 2016년 법인 출범 이후 올해까지 8년간 연평균 275억원의 출연금(총 2197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2020년 465억원, 2021년 477억원, 2022년 547억원으로 매년 손실이 불고 있고 올해 추정 손실액은 634억원에 달한다. 현 추세라면 향후 5년간 최소 1500억원의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신 시장은 “의료원은 개원하고 3년이 됐는데 하루 평균 수술 건수가 최소 2.2건, 최대 5.7건에 그치고, 이마저도 골절 같은 일반·경증질환 비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동네 병·의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병상 활용률도 20%대에 불과할 만큼 시민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신뢰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14일 시청에서 열린 시 의료원 민간위탁 방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실제로 이번 타당성 용역조사에서 의료원 직원들 가운데 가족과 지인에게 의료원 진료를 ‘적극 권장하겠다’는 응답은 8%에 그쳤고, ‘권장하지 않는 이유’의 81.9%는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신 시장은 이를 가리켜 ‘착한 적자’가 아닌 시민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나온 ‘악순환’이라며, 강성 노동조합이 만든 비정상적 구조 속에서 병원 평판마저 떨어졌다고 말했다.

성남시의료원 현황

◆ 신상진 “진영 논리로 시민 볼모” vs 시민단체·노조 “의도적 경영 방치”

 

2020년 7월 정식 개원한 성남시의료원은 지난 9월 기준 의사직 정원 99명 중 55명만 근무해 결원율은 44.4%에 이른다. 의사 채용 공고를 수시로 내지만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는 현 직영체제로는 공공의료기관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지난해 7월 민선 8기 출범 직후 운영방식 개선을 추진해왔다. 

 

올해 두 차례 실시한 대학병원 위탁운영 여론조사에선 각각 61.9%(3월·1000명), 76.6%(7월·513명)가 찬성했다고 시는 밝혔다.

 

현재 시는 재개원 수준의 변혁을 주장하며 서울대병원·연세의료원 등 유수 대학병원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수도권 2차 병원처럼 중증질환의 협진이 가능하도록 안과·정신과·피부과까지 다양한 진료과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가정의학과를 제외하면 인턴·레지던트의 전공의를 둘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고 마산의료원에 경상대 의대가 전공의를 공급하는 것처럼 과감한 위탁운영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14일 시청에서 열린 시 의료원 민간위탁 방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그러면서 오는 2026년 연세의료원이 인천 송도(800병상)에, 2027년 서울대병원이 경기 시흥(800병상)에 수도권 분원 설립을 추진한다는 현황을 공개했다.

 

진료비 상승 우려에 대해선 시장 직속의 ‘비급여 수가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진료비 상승을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신 시장은 “대학병원 위탁운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필수 및 중증 진료, 미충족 의료뿐만 아니라 회복기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이를 진영 논리로 바라보며 시민을 볼모로 잡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시 의료원 노조 등은 신 시장이 취임 이후 민간위탁만을 고집할 뿐 의료원 정상화를 외면해 시민 조례로 만들어진 공공병원이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신 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뒤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 등은 “성남시의료원은 시민의 염원으로 탄생한 공공병원”이라며 “10년 이상 주민 노력과 시민 조례 제정을 거쳐 전액 시민 세금으로 설립된 곳인데 개원 3년째에 불과한 병원의 경영이 방치됐다”고 했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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