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꾸려 정부정책 대응 방침
내부선 강경파·실리파 의견 갈려
전공의·의대생 동참 여부 미지수
복지부 “의사 확충안 계속 추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본격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의협은 정부가 의협을 비롯한 의사 단체와 논의 없이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면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까지 진행하는 등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이날 삭발까지 단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의대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전국 시도의사회 임원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 21일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대회사에서 “편파적 수요조사와 독단적 결과 발표에 의료계는 매우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이해 당사자의 희망사항만을 담은 이번 조사를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여론몰이를 더 이상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그는 “이제는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전 의료계가 단일 대오로 적극적 행동을 시작할 때”라며 “다음 주 초 신속하게 집행부 산하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제가 직접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계의 역량을 총동원해 권역별 궐기대회,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개최 등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갈 것이며, 전 회원 파업 찬반 투표를 즉각 실시해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의협이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거론했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파업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의대 정원 확대 여론이 압도적이다.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2.7%는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구분 없이 대부분 의대 증원에 긍정적이다. 정부가 의협뿐 아니라 다양한 단체에 의대 증원 당위성을 설득하며 차곡차곡 명분을 쌓아 가고 있는 점 역시 의협으로선 부담이다.
의협 내부에서도 의대 증원에 강력히 반대하는 ‘강경파’와 의대 증원에 반대하지만 어느 정도 정원을 내주되, 협상을 통해 사법 리스크 완화와 수가 정상화 같은 실리를 얻자는 ‘실리파’의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 회원 상당수가 간호법이나 의사면허취소법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집행부에 불만이 많다”며 “집행부의 이번 투쟁에 얼마나 많은 호응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2020년 당시엔 코로나19 상황이 맞물려 정부가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정부는 워낙 의지가 확고하다”며 “의대 증원 당위성과는 별개로 명분 싸움에서 (의협이)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변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의대생의 동참 여부다.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개원의들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 반면 전공의 80%가 휴진에 들어가고,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에 동참하며 단체행동의 파급력이 커졌다. 이번에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2일 첫 입장문을 내고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지만 단체행동 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의대생들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단체인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구체적 행동 지침을 확정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협이 총파업을 언급한 데 대해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의협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생명·건강과 관련되어 있는 국가 정책”이라며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면서 의료단체와 계속 협의하고, 환자단체 등 의료 수요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필수의료 확충과 제도 개선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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