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판결 유도… 재판 독립 파괴”
임 전 차장은 혐의 모두 부인
12월 22일 양승태 1심 선고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재판이 첫 의혹 제기 6년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검찰은 27일 사태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다음 달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1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재판장 김현순)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결심공판에서 “우리나라 사법부의 신뢰를 처참히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이 같은 구형 이유를 밝혔다. 임 전 차장이 2018년 11월 구속기소된 지 5년 만이다. 선고는 내년 2월5일 내려진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재판의 당사자도 아닌 사법부의 이해관계가 고려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면서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관에게 재판 결론에 따른 사법부 조직의 유·불리를 환기하고 특정 판결을 요구·유도함으로써 재판 독립 환경이 파괴됐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적용한 죄목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촉진법 위반 등 30여개다.
이 중 핵심은 강제징용 소송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에 관한 혐의들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상고법원 도입 같은 사법부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제징용 소송과 전교조 법외노조 등 소송에서 정부와 은밀한 거래를 했다고 보고 있다. 특정 법관을 사찰하고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도 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주장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 사건 공소장 곳곳에 신기루 같은 허상이 난무하고 과도한 상상력에 기초한 주관적 추단으로 점철됐다”고 비판했다. 블랙리스트와 재판거래에 대해서는 “존재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임 전 차장은 자신이 담당해 온 사법행정 업무가 ‘슈퍼갑’인 국회와 행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을의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생 가능한 가상의 상황을 예측하고 복수의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을 항상 선제적으로 검토하여야 했다”며 “그런 목적으로 작성된 여러 검토보고서에 대해 검찰은 작성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2018년 10월부터 500일 넘게 구속됐던 당시 심경을 전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지난 9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5년·4년을 요청했다. 1심 선고기일은 다음 달 22일이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대부분은 무죄가 선고됐다. 유해용 전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성창호 전 부장판사, 이태종 전 법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2심에서 각 벌금 1500만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일각에선 검찰이 당초 무리한 기소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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