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사실상 ‘여당 신고식’이라는 관측이 나왔는데, 한 장관은 “통상적인 직무 수행”이라며 정계 입문설에 선을 그었다.
한 장관은 이날 국민의힘 의총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30분 가까이 이민청 설립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민청 설립은 한 장관이 지난해 취임과 함께 제시한 과제다. 출입국·이민정책 컨트롤타워를 세워 범정부 차원의 통일된 정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중복·비효율 외국인 정책을 방지해 예산을 절감한다는 취지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국민의힘 의총에 참석한 건 여당 신고식’이라고 보는 시각이 나왔다.
한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해진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까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앞서 한 장관은 대구·대전 등 지방을 잇달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며 연일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나 본회의 등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는 경우는 꽤 있으나 단순 세미나 일정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 장관은 이같은 관측에 대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정책을 정부와 여당이 함께 논의하는 건 통상적인 직무 수행”이라고 선을 그렀다.
이어 “아마 다른 장관들도 이렇게 설명한 전례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더불어민주당과 거리감을 드러냈는데 “이날 일정은 국민의힘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또 지난달 대전에서 카이스트를 방문해 외국인 연구생과 가족을 위한 비자 정책을 12월 중 공식화하겠다고 시점을 잡은 이유에 대해선 “연내 한다는 얘기는 이미 그분들에게 드린 상황이다. 갑자기 준비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모두가 그렇게 총선 일정을 보고 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개각을 염두에 두고 시점을 뒀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저는 정무직이지만 임명직 공직자로서 제가 진퇴하는 문제를 제가 정할 건 아니다”라며 “저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그런 차원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장관은 앞서 보인 광폭행보와 특히 충청권 핵심 대전을 찾아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발언하는 등 사실상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5000만 문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한동훈 장관이 말만 잘하는 게 아니라 꿈도 크다. ‘5000만의 언어’를 쓰겠다고 거침없이 (총선 출마) 포부를 밝혔다”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국회의원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무부 장관 18개월 만에 정치가 쉬워 보이고 자신감이 붙은 걸까. 누가 뭐래도 한동훈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라고 했다.
이어 “총리도 보이지 않고 비서실장도 존재감이 없고, 어지간한 부처는 장관이 누군지 조차 알기 어려운 이 정부에서 그는 뚜렷한 중심”이라면서 “모든 인사는 그의 손을 거쳐야 하고 국회에 나가 야당과 싸우는 일도 그의 몫이다. 이제는 지방을 돌며 총선 붐업을 하는 일까지 그의 차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석열 키즈 No.1 한동훈 장관이 자신감을 가질만도 하다”면서 “늘 일은 자신이 하는데 개념없이 폼만 잡던 보스가 대통령까지 되는 걸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본 사람이다. 장관으로 국회를 상대해봤더니 만만하기 이를 데 없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임 전 실장은 “(한 장관은) 맘 속에만 담아뒀던 (총선 출마) 욕망에 봉인이 해제된 듯 하다”며 “하지만 한 장관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국민이다”라고 했다.
덧붙여 “한동훈 장관이 먼저 돌아봐야 할 일은 궤도에서 한참 벗어난 윤석열 정부를 제자리로 돌리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영광을 함께 했다면 마땅히 그 책임도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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