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와 성금 부정 사용 등 의혹이 제기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대한 정부의 사무검사에서 조치 요구 사안 17건이 적발됐다.
행정안전부는 재해구호협회 사무검사 결과 채용 절차법 위반 사실 등 17건을 확인하고 조치를 요구했다고 10일 밝혔다. 인사·복무와 관련해선 채용 서류 심사 시 특정인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게 하는 등 사전에 심사위원에게 채용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협회는 또 근거 규정이 없는 대외협력관을 위촉·운영하고 특정 대외협력관 또는 자문위원에게 지속적으로 자문수당을 지급했으며, 관련 규칙의 개정 없이 신규 지사 7개를 설치하고 파견업체 근로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회계·계약과 관련해선 협회 자문위원이 이사로 있는 업체와 다수의 자문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자문용역 내용 검사 결과 타 저작자의 논문을 이름만 변경해 용역결과물로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 체결 2개월 전에 업체를 설립하고 계약대금을 지급한 직후 폐업한 사실과 형사소송 패소에도 불구하고 같은 건을 민사 소송으로 재차 제소했다가 패소한 일도 적발됐다.
협회는 아울러 의연금과 기부금을 하나의 회계로 관리해 혼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연금·기부금 사업간 분리나 수입·지출의 투명한 구분이 불가능했고, 기부 받은 주식을 다음 회계연도에 현금화하거나 배분위원회 계좌에 납입해 의연금 즉시 납입 의무를 미이행하고 기부 가치를 손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재해구호협회는 지진이나 수해 등 국내 자연재해 피해 이재민에게 구호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법정 구호단체다. 언론사가 모금한 성금이나 후원금 등을 모아 관리한다. 앞서 한 언론은 협회가 사무총장의 지시로 내정된 직원을 채용하고, 구호품 꾸러미에 들어갈 물품 중 일부를 부당하게 계약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행안부는 이런 사무검사 결과를 협회에 통보하고, 법률 위반 혐의가 있는 사안은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박천수 행안부 재난복구지원국장은 “협회가 국민 성금을 투명하게 관리해 기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긍정적인 기부 문화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민법상 협회가 사무검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아도 이행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적절한 지도·감독과 조치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력을 확보하고자 관련 근거를 마련한 재해구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행안부는 부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