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처벌 높여 ‘개미’ 신뢰 제고
물적분할 피해 방지에 배당제도 ‘손질’
최근 외국인 투자자 사전 등록제 폐지
尹, 코리아 디스카운트 굴레 탈피 온힘
선진지수 가입은 지연… 외자 유치 ‘비상’
외국 투자자 “편입 위해 공매도 허용을”
‘의무공개매수제도’ 법안 국회 계류 등
상당수 법안들 연내 처리 여부 불투명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주어진 임기(5년)의 3분의 1 정도가 지난 셈이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당시 120대 국정과제를 내세웠다. 그중 금융·자본시장을 겨냥한 과제는 ‘디지털 변환기의 혁신금융시스템 마련’이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금융 혁신, 디지털자산 인프라 구축, 자본시장 혁신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웠다. 풀어보면 자본시장 선진화와 투자자 신뢰 보호다.
1년 6개월이 흐른 지금 윤석열정부의 자본시장 공약은 어디까지 왔을까. 투자자 신뢰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발전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내부통제, 불공정거래 제재와 같이 자본시장의 불법을 감시하는 금융감독당국 제재는 상당히 늘어났다. 외국인투자자등록제도 폐지와 같은 제도 개선책 마련도 있었다.
부족한 부분도 적잖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같이 올해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했던 다수 법안은 여소야대 국면과 야당과의 관계 악화로 대부분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자본시장 발전을 이루겠다며 외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공매도 금지 조치 등으로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상당수 과제가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졌다는 평은 그래서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목표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자본시장 관련 주요 국정과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다. 저평가된 한국 자본시장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해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보고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주주친화적 배당제도를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후속조치로 금융위는 올해 6월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면 아이디(ID)를 발급받아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했고, 상장사 영문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배당제도도 개선해 현재 12월에 주주명부를 확정한 뒤 3월에 배당금을 나눠주는 제도를 바꿔 배당금 규모를 정한 뒤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식으로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배당의 중요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국내 주식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들도 이뤄졌다. 다수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 즉 ‘개미’들의 이해관계와 연관돼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관련 제도 보완을 지난해 7월 발표했고, 올해 10월에는 금융감독원이 최초로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실을 적발했다. 금감원은 전체 외국계 IB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물적분할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했다. 물적분할을 추진하려는 기업이 구체적인 목적 등을 충실히 공시하고,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엔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제도다. 상장폐지 제도도 기존에는 사유 발생 후 발표였으나, 중간에 심사 및 해당 기업의 이의신청 등을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해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했다.
◆과제 대부분 내년 4월 이후로
금융당국의 현재까지의 조치는 대부분 시행령 개정이나 금융감독당국의 개선조치를 통해 이뤄졌다. 문제는 법령이다. 제도 도입을 확고히 하려면 법안 도입이 필수적인데, 여소야대 국면인 데다 여당의 통과 의지도 강력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무공개매수제도다. 이 제도는 인수·합병(M&A)을 위해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때 정해진 비율 이상 주식을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인수기업의 무리한 확장을 막고 소액주주들을 보호하는 장점이 있지만 M&A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올해 안에 신속하게 제도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한 바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지난 5월에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주식 ‘50%+1주’를 의무 인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도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기류가 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등도 거의 같은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법안은 현재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상태로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법안소위에서 법안 논의가 이뤄지고 있긴 하나 다른 법안들에 밀려있는 상태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은 대주주들 입장에서 좋지 않은 제도로 국회 내에도 대주주가 불편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며 “총선 이후로 법안 처리 여부가 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사실상 2025년 이후로 넘어간 상태다. 불법 공매도 척결을 이유로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금지를 발표하면서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시 외국계 자금이 국내 채권 시장에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다. MSCI 지수 편입 필요성이 강조돼 온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정부는 공매도 제도를 금지했다가 일부 종목에만 허용했는데, 외국계 투자자들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공매도 제도 전면 허용을 들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리자 로이터통신 등 외국계 언론은 “영향력 있는 지수 제공업체 MSCI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며 “한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향성은 잘 잡았지만 정책 안착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정권에서는 횡행했던 불법 공매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공매도 금지와 제도 보완노력을 하는 등 방향성에서는 성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금융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진 것이 사실 없었다”며 “시간을 두고 지켜봤을 때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계속 가게 되면 아무래도 개선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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