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튀르키예가 결단하면 우리도"
헝가리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마지막으로 비준하는 나라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나토 31개 회원국 중 헝가리와 튀르키예만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하지 않았다. 헝가리의 입장은 얼핏 ‘튀르키예보다는 먼저 비준할 것’이라는 뜻처럼 들리지만 ‘튀르키예와 보조를 맞추겠다’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토비아스 빌스트룀 스웨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씨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교장관과 만났다. 빌스트룀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헝가리는 ‘스웨덴의 동맹 가입 신청을 비준한 마지막 나토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페테르 장관은 “우리는 꼴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빌스트룀 장관은 소개했다.
스웨덴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충격을 받아 오랫동안 유지해 온 군사적 중립 노선을 내던지고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나라 핀란드도 함께했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성 회원국이 전부 동의해야 하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이 조건을 충족해 올해 4월 나토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반면 스웨덴은 헝가리와 튀르키예 두 나라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하지 않으면서 아직도 가입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을 미국과의 거래와 연계시키는 모양새다. 미국이 튀르키예에 신형 F-16 전투기를 수출하면 그에 맞춰 튀르키예도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하겠다는 것이다. 빌스트룀 장관은 이날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언제쯤 처리할 것인지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헝가리의 비준 지연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의식하면서 EU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는 나토 및 EU 회원국들 가운데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사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스웨덴의 가입으로 나토가 확대되는 것은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로선 이같은 러시아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헝가리는 EU로부터 더 많은 지원금을 받아내야 한다. 그 때문에 헝가리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EU를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헝가리는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튀르키예가 비준 쪽으로 확실히 돌아서면 그때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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