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선수 뺏기고도 집안싸움만
李, 불출마나 험지 출마 고민해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어제 사퇴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지 9개월 만이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며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당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서 윤재옥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에 김 대표가 물러나면서 여당 쇄신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김 대표의 사퇴는 당연하다. 장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었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저조한 당 지지율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 김 대표는 당 지도부에 대한 회의론을 인요한 혁신위를 출범시켜 돌파하려 했다. 하지만 지도부가 혁신안을 거부하면서 민심은 더욱 싸늘해졌다. 장 의원의 불출마와 김 대표 사퇴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쇄신으로 이어지려면 다른 친윤과 중진 의원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당정대(黨政大) 전면 개편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여당에 쇄신의 선수를 뺏기고도 더불어민주당은 잠잠하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지난 8월 중진 이상 의원·정치인들의 불출마를 촉구했으나 당내에선 아직도 반향이 없다. 친명계는 쇄신은커녕 분열상만 노출하고 있다. 친명계 김민석 의원이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해 “정통 야당과 다른 전형적인 사쿠라(변절자) 노선”이라고 비난하면서 비명계와 연일 충돌하고 있다. 제1야당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사쿠라 논란으로 시끄러우니 참으로 한심하다. 친명 강경파가 비명계 ‘지역구 진출’에 골몰하는 것도 당내 갈등을 부추긴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건 무책임하다.
내년 총선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권심판론’이 훨씬 우세하지만 ‘야당심판론’도 만만치 않다. 이 대표부터 기득권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여당과의 경쟁이 가능하다. 인천 계양을 출마 의사를 접고 불출마나 험지 출마 등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진 등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이끌어낼 수 없다. 이 대표가 정권심판론에만 기대어 쇄신을 외면하다가는 총선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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