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개월 남은 총선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치르기로 14일 결정하면서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14일 3선 이상 중진연석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어 지도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당의 빠른 안정을 위해 가급적 다음 주 안에 비대위를 띄운다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정했다.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관련 절차에 착수하라고 지시하고 15일에는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 비대위 전환에 한층 더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위원장 인선 기준은 국민 눈높이와 국민 공감, 총선 승리 세 가지다.
당 안팎에선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놓고 하마평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윤 대통령의 '숨은 책사'로 불리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거론된다.
전략 기획에 밝은 '노련한 정치인'인 그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해 새 정부 출범을 도왔고, 줄곧 윤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치적 조언을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민주당 출신으로 보수층이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점이 다소 부담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석계 초선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비대위원장설이 오보이길 바란다. 이렇게 거론되는 자체가 당이 우스워졌다는 증거"라며 "바뀌어야 할 것은 용산이고 대통령이다. 그에 맞는 비대위원장이 와야 한다"고 했다.
당내 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높은 인지도와 화려한 언변으로 '스타성'을 갖춘 한 장관이 수도권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반드시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검사 출신인 데다 현직 장관 신분인 점,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전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비대위원장이 아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 바람몰이' 역할을 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비주류 재선 이용호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누구라도 악마라도 데려와서 비대위원장을 시켜야 한다"면서도 "비대위원장은 가오마담 자리가 아니므로 한 장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 경험이 있는 분들이 더 낫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최재형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한 비대위원장은 대야 투쟁력 등을 생각하면 고려할 카드 중 하나지만 현직 법무장관이 바로 비대위원장으로 온다는 걸 중도층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또 검사냐'라는 논란까지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SBS 라디오에 출연, "비대위원장에 오려면 (장관직에서) 바로 사퇴하고 처리돼서 와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지 않나"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주류 희생' 혁신안 등으로 인적 쇄신 분위기를 조성해 낸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예측 불가능한 돌발 언행, 정치 경험 부족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에 "인 위원장이 혁신의 키를 처음 돌렸기 때문에 참신한 시도이긴 하지만, 비대위는 선거 전체를 진두지휘해야 하고 리스크 관리도 해야 하므로 그런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3·8 전당대회 때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데도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 논란 속에 당권 도전을 접어야 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적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 밖에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21대 총선 전에 이미 비대위를 이끈 경험이 있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나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안대희 전 대법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거론된다.
한편,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 지도부로 활동한 최고위원들은 조만간 비대위가 꾸려질 때까지 당 의결기구 유지를 위해 자리를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비대위 출범 후 비대위원으로 연속해서 활동하기보다 당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 분위기에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일괄 사퇴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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