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대출 잔액 4조4100억원
28일부터 만기 줄줄이 돌아와
금융계 수장 ‘F4’ 대책 논의
건설경기 악화와 원가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문제가 건설사와 금융권을 직격하고 있다. 중견급 종합건설업체 태영건설이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태영건설에 이어 다른 건설사들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은 ‘부동산 PF 위기’ 대응에 나섰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회의 멤버들은 전날 오후 서울 시내에서 회의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 및 그에 따르는 부동산 PF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F4’ 회의는 일요일에 열리는데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휴일로 인해 하루 연기됐다.
‘F4’ 논의에 건설사 자금 조달 관련 안건이 올라간 건 그만큼 현재 건설사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시앙’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한 태영건설은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의 중견급 종합건설업체로, 지난해부터 건설원가 상승과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4조4100억원이며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태영건설이 이 중 이번 주말 돌아오는 차입금 만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28일 400억원대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 PF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PF 대출 만기를 줄줄이 맞이한다. 위기설 확산에 태영건설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19.57%나 하락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국회 통과로 재시행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의 첫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이날 공시를 통해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워크아웃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3일 “워크아웃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던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건설사 금융 위기가 태영건설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태영건설의 채권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한 단계 낮추면서 동시에 GS건설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낮췄으며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도 ‘A(긍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올해 초 시장 유동성 공급과 정부지원책 등으로 다소 완화되었던 PF우발채무 리스크가 올해 하반기로 넘어오면서 금리가 재차 상승하는 등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사 금융위기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자금을 공급한 금융권으로의 위기 전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 연체율은 2.42%로 6월 말 대비 1조2000억원, 연체율은 0.24% 상승했다. 이 중 증권, 저축은행, 여신전문,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46조8000억원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정부·공공기관·협회·학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 조정위원회’를 통해 PF사업 정상화 지원을 위한 7가지 조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12∼2013년 조정위가 가동된 이후 1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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