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미국 대선 등이 변수
"트럼프, 동맹에 적대적" 나토 긴장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교체가 예정된 가운데 나토 안팎에서 ‘후임자가 최대한 빨리 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토를 구성하는 양대 핵심축 가운데 유럽연합(EU)은 6월 유럽의회 선거가 있고 미국도 11월 대선을 치르기 때문이다. 특히 나토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새 나토 사무총장 선출이 미국 대선의 영향을 가급적 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나토 사무총장의 임기는 오는 10월1일 끝난다.
7일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나토 대변인을 지낸 오아나 룽게스쿠는 최근 DW에 “후임 나토 사무총장을 최대한 빨리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 사무총장 인선이 유럽의회 선거나 미국 대선과 엮이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현재 영국 싱크탱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룽게스쿠는 특히 “나토 사무총장 선임이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미국 대선에 휘말린다면 최악의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통적으로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이 아닌 유럽 국가에서 배출해왔다. 그러다 보니 EU 고위직과 나토 사무총장을 뽑을 때 국가별 안배를 고려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같은 유럽이라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 회원국들은 영국 출신 나토 사무총장 탄생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6월 유럽의회 선거 후 새 EU 집행부를 꾸리는 과정에서 독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 간에 EU 고위직과 나토 사무총장을 서로 나눠 갖는 식의 밀실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룽게스쿠의 말처럼 ‘지저분한 미국 대선’에 휘말리는 일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유력시되는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시절 나토에 공공연히 적대감을 드러냈다.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2%에 미치지 못하는 나토 회원국들을 겨냥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려는 무임승차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한테는 대놓고 “독일 같은 부자 나라가 왜 국방 예산을 그렇게 적게 쓰느냐”며 자체 방위비를 늘리지 않으면 독일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어 나토를 뒤흔드는 발언을 내놓기 시작하면 새 나토 사무총장 인선 작업은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게 뻔하다. 나토로서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재선을 간절히 원하겠으나 정권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트럼프 재집권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 나토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가장 앞서 있는 인물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다. 2010년부터 14년 가까이 총리로 일한 그는 안정된 리더십의 소유자로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며 나이(56세)도 비교적 젊다. 흠이 있다면 네덜란드 정부의 국방비 지출이 GDP의 2%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뤼터의 뒤를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전 라트비아 총리(현 외교부 장관)가 추격하는 중이다. 다만 DW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에서 나토 사무총장이 배출되는 경우 자칫 필요 이상으로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